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월간 분대 기록영원 3

월간 분대 기록 · 2024.10 월간 분대 · 5층 무결점의 정원

영원 3

반전 대칭 해석기 55414534154526152145

“좋아! 어디 보자…… 여기 계곡이 하나 있어. 그렇게 넓어 보이진 않는데, 만약 다리로 건널 생각이라면……”

엔지니어는 안젤리나가 건네준 사진을 받고 급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안젤리나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가볍게 뛰어올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엔지니어는 그 모습을 보고 감탄의 소리를 내뱉었다. 그녀의 능력은 몇 번을 봐도 보는 사람의 감탄을 자아낸다.

네 도움 덕분에 이 길로 다닐 수 있게 됐어. 엔지니어들은 안젤리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거대 구조물의 위치로 향하는 보급로는 베헤모스 사미가 떠날 때 남기고 간 이 거대한 구멍을 항상 우회했는데, 매번 이럴 수는 없다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이는 베헤모스 사미가 떠나고 보름도 지나지 않아 내려진 결정이었다.

하지만 정보가 전혀 없는 미지의 지형을 측량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안젤리나는 박사가 편지를 보냈을 때부터 사람들이 지닌 이 고민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나라면 할 수 있다. 소녀는 이렇게 생각하며 자진해 나섰다.

하지만 이 거대 구조물이 가동될 때, 안젤리나는 그 현장에 없었다. 그녀는 그 당시 시라쿠사 서쪽의 어느 이름 없는 늪지대 상공에 있었다.

이곳에도 마찬가지로 길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이 늪지대를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지나간다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드론의 신호로도 이 정도로 먼 거리까지는 닿을 수 없었기에, 이 경로를 지날 수 있는 것은 안젤리나뿐이었다.

더 높게 날아오른다면 편지를 더럽히지 않고 늪을 건널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에 몇 번이고 도약을 거듭하던 어느 날 안젤리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후, 그녀는 그것을 해냈다.

그녀는 “어쩌면 이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몰라”라고 웃으며 생각했다. 물론, 잠깐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맞아,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자만하면 안 되지.”

'블랙홀 협의' 프로젝트의 새로운 단계는 대지 전체에 중대한 사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은 계속될 것이며, 전달자의 바쁜 나날 역시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사람들은 서로 할 말도, 전해야 할 편지도 많아졌기에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이건 좋은 일이야.” 안젤리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동료들 중에서 가장 빠른 만큼, 가장 바쁘기도 했다. 최근엔 집으로 돌아갈 기회도 적어졌지만, 그럼에도 불평하지 않았다.

거대 구조물 아래에서 탐험자들은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거대 구조물이 보이지 않는 곳, 태양 아래, 별하늘의 안쪽까지 전달자의 모습은 항상 존재했다.

이것은 아주 오래전, 있었을 수도, 없었을 수도 있는, 어쨌든 간에 이미 잊힌 대화의 한 부분이다.

“휴우, 4호 항성의 실험도 드디어 성공이네. 하하.”

“오, 소립자 운동 에너지의 반전 대칭인가 하는 그거?”

“맞아, 바로 그거야. 4호 항성과 같은 질량의 천체에도 효과가 있었으니, 모든 항성계에 이 기술을 적용할 생각이겠지.”

“우와…… 뭔가 되게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네?”

“'우린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야.”

“그럼 지금은 옛날보다 희망이 있다는 얘기네?”

“전대미문이지. 이걸 통해서 행성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를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가 만든 이 두 개의 문이 더 이상 다른 곳으로 어긋나는 일도 없게 될 거야.”

“그거 좋네.”

“옛날에는 말이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이 일생 단 한 번뿐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젠 희망이 생겨났어. 우리는 후손들을 위해 노력해야만 해.”

“앗, 하나 더 생각났어. 이거 봐. 저 실험 장치는 외부의 명령을 받아야만 조작되는 거잖아? 반전 대칭 효과 실용화의 성과를 곡률 조작에만 사용하는 건 조금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아? 저번에 엔진을 설계했을 때, 기체 내부가 외부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해서, 또 다른 게이트를 만들어야 했던 것처럼 말이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내 말은, 언젠가 이 효과를 인간의 의지와 선택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게 된다면……”

“또 무슨 영화 속 슈퍼 히어로 같은 소리를 하네.”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지! 상상이라도 좀 해봐!”

“……그러게, 이젠 환상을 그려야 할 시기인지도 몰라.”

'영웅'은 대개 자신의 운명을 모른다. 그래야만 운명의 담금질을 통해 평범함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더욱 밝고 눈부신 불꽃을 뿜어낼 수 있다.

하지만 하늘 위의 별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영웅'의 별은 언제나 하늘 위에 존재하고 있다.

땅 위의 횃불이 백주를 빌려, 추운 겨울밤을 비춘다.

넋을 잃고 꿈속을 거닐다, 눈을 뜨니 눈보라 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