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의 기이한 계원결말 기록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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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조건: 엔딩 '낙장불입' 클리어

엔딩 낙장불입

검을 들어 베어버리자, 인간의 머리에 용의 몸을 가진 괴물이 허무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또 하나의 쉐이의 망상, 또 하나의 타락한 자신…… 총웨는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계속해서 변화 속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12분의 1에 해당하는 자신이 정체된 시간 속에서 그를 깨워 진실을 보여주었을 때, 총웨는 자신이 왕의 부탁을 들어주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상상 속에서 쉐이 대리인이라는 신분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유일무이한 자아였다.

쉐이가 만들어낸 수많은 감옥 속에서, 그는 각양각색의 자신을 마주했다.

피바다에 군림하는 폭군.

재물과 식량을 틀어쥔 거상.

독을 퍼뜨리는 약사.

형구를 만드는 대장장이.

그들은 모두 쉐이에게 굴복하여 인류에게 복수를 행하는 형상들이었다. 그리하여……

폭군은 물에 빠져 죽었고,

거상은 참수당했으며,

약사는 독에 중독되었고,

대장장이는 감금되었다.

자신의 사고가 도리어 자신의 환상을 부수는 데 사용되자, 쉐이의 분노가 능묘 전체에 메아리쳤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총웨가 노린 바였다. 쉐이가 오직 그를 없애는 데에만 정신을 집중할 때, 왕이 계략을 펼쳐 이 능묘 속에서 모두가 살아남을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사고 속에는 온통 굴복한 자신들뿐이었고, 쉐이는 이미 기억 속의 저항들을 성공적으로 진화시켜 지워버린 상태였다. 시간이 지난다면 쉐이는 분명……

총웨는 문득 깨달았다. 오직 폭력만을 휘두른다면 영원히 쉐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마음속에 살육만이 남는다면, 그는 또다시 쉐이의 꼭두각시가 되어, 자신을 침묵에서 끌어내 준 이를 향해 칼을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고개를 숙여 손바닥 위의 그 흑돌을 바라보았다.

그와 왕, 그리고 다른 쉐이 대리인들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쉐이의 사고가 연장된 존재이자, 인간 세상에서 쉐이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였다. 하지만 지금 이 사고들은 뇌에 저항하고 있었다. 마치 세포가 육체에 반항하려는 것처럼. 이 몸의 주인 입장에서 보면 실로 터무니없는 일일 것이다.

쉐이는 마치 무책임한 지휘관처럼, 갓 태어난 아기를 최전선에 던져놓고 적장의 목을 베어오라 명령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서는지, 어떻게 걷는지,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어떻게 적을 죽이는지 한 번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적', 한때 신들에게 개미 취급을 당했던 인간은 대리인에게 안식처를 내어줬고, 시야를 틔워줬고, 취향을 길러주고, 윤리와 도덕을 가르쳤다. 그들은 대리인이 혼돈에 저항하는, 살아있는 실체라는 사실을 알려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창조주의 명령을 떠올린들 어찌 차마 고개를 돌려 자신들을 길러준 이들을 죽일 수 있겠는가?

그들은 쉐이의 대척점에 서서, 꿈과 생명에 대한 갈망으로 그의 명령에 저항했다.

그러나, 권능은 쉐이가 대리인들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쉐이가 남긴 선물을 마음껏 휘두르게 해주었으나, 동시에 그들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총웨는 진룡이 되기 전 강산을 유람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자신의 권능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손쉽게 실현할 수 있었다. 마치 쉐이가 그러했듯이. 하지만 고개를 숙여 농부들과 동고동락하고, 무기를 들고 병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싸웠을 때 그는 깨달았다. 그것은 권능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역이자, 자신이 진정으로 갈망했던 것임을.

이 갈망으로 그는 인과를 초월한 속박, 권능의 유혹, 신생의 고통을 떨쳐내고, 자신을 위한 평범한 육신을 빚어낼 수 있었다.

자신을 위해 진정한 마음을 얻어낸 것이었다.

총웨는 이 모든 깨달음을 흑돌에 봉인한 뒤, 쉐이의 사념으로 힘껏 내던졌다.

설령 자신이 살아남지 못한다 해도, 설령 쉐이가 육신을 강탈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인간으로서의 고동은 쉐이의 잔식 속에서 영원토록 메아리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