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의 기이한 계원엔딩 컷신낙장불입
엔딩 컷신 · 엔딩 컷신
낙장불입
엔딩 낙장불입
왕은 이 바둑돌은 얼마나 오랫동안 매만졌을까?
산 정상에서 능묘 안에 이르기까지, 묘수에서 정수에 이르기까지.
의식을 거행하는 자를 기물로 삼아, 비선형적 대국장에서 흑을 쥐고 승부를 겨뤘다.
겹겹이 쌓인 시간을 잇대어, 마주한 적 없는 인과를 하나로 꿰어냈다.
진무를 위해 계원에 들어갔고, 옛 기억을 더듬으며 능묘로 추락했고, 두루마리를 펼쳐 먹을 남겼다……
그리고 마침내,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잔국을 미련 없이 버린 끝에, 그는 인간에게 의지하는 마지막 한 수를 두었다.
어쩌면, 이건 쉐이의 수많은 망집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쉐이가 깨어난 뒤 자신의 껍데기를 버리고, 대리인을 삼켜 총웨의 육신을 빼앗아 대지의 그림자 속에 숨어든다면, 긴 세월 동안 어떻게 복수의 성채를 쌓아 올릴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헛된 망상도 끝에 다다랐다.
왕은 쓰러지는 꼭두각시를 붙잡았고,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텅 빈 껍데기의 두 눈은 여전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왕은 알고 있었다. 쉐이의 의식이 패하여 소멸한 후, 그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어둠과 공허뿐이라는 것을.
옷소매가 스쳐 지나가자, 껍데기는 사라지고 빛무리만 자리에 남았다.
이건 투쟁이었다. 왕은 형제자매들의 권능을 빌려, 인간과 '총웨'의 대치 상황을 이용해, 쉐이의 망상 속에서 감정과 기억, 의식, 그리고 인지를 교묘하게 발라냈다.
상상을 펼칠 곳이 사라지면 의지 역시 펼칠 수 없는 법, 남은 것은 왕이 그토록 원했던 결과물이었다.
순수, 무결. 마치 그 열두 개의 꿈속에서 태어난 염원 같았다.
진무식 대열 속에서 '꾸물이'가 떨어져 나와 조심스레 빛무리 곁을 서성였다.
먹에서 태어나 흔적을 쫓고 기억을 더듬는 기물이기에, 상상을 쫓는 건 타고난 본능이었다. 바로 그 본능 덕분에, 녀석은 일행을 이끌고 쉐이의 가장 치명적인 사상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생명으로서 녀석이 누려야 할 미래는 이곳에 있지 않았다.
배불리 먹은 녀석은 평온하게 잠에 들었고, 홀로 남은 녀석의 창조자 중 하나가 남들 앞에서는 보인 적 없던 신중한 기색을 보이며 녀석을 살며시 품에 안았다.
너희 중 신표를 받을 사람은 누구지?
당신은 대체 우리를 보내 무엇을 한 겁니까?
이 신표가 오는 내내 뭘 비췄는지 압니까? 불타서 황폐해진 염국, 도탄에 빠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종사의 육신을 이겼다 한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왕은 레이즈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꾸물이'를 들어 올렸다. 이어서 레이즈에게 받으라는 눈짓을 했다.
잠시 망설이던 레이즈는 결국 손을 뻗어 곤히 잠든 '신표'를 받아 들고는, 뒤에 있는 지촉인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이제 우리에게 설명을……
레이즈는 제대로 물어보고 싶었지만, 왕은 레이즈와 진무식 소대 전원을 쉐이 능묘 밖으로 내보냈다.
설령 대답해 준다 한들, 계원을 떠난 사람들은 그 답을 기억하지 못할 터였다. 왕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말을 아끼며 헛된 수를 두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곳에서 인간이 둬야 할 바둑은 이미 다 끝났고, 쉐이 능묘 밖, 염국의 강산에는 여전히 '인생'이라는 이름의 대국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이 181분의 1은 여전히 고독한 능묘에 남아,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신과 계속해서 승부를 겨뤄야 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몫으로 남겨진 운명이 비록 험난하다 해도, 그건 단지 상식을 벗어나지 않은 악, 인륜을 저버린 악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변화가 없다는 것은, 곧 수읽기가 편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꾸물이'도 보낸 뒤, 인간성과 연민을 남김없이 도려낸 후에야 왕은 비로소 쉐이의 끊임없이 진화하는 악의, 뼈와 골수를 파먹는 악의와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거머쥐기 위한 한 수를 두기 전, 그는 본인의 희망을 전부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