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 크림슨 솔리테어엔딩 컷신침묵의 챕터
엔딩 컷신
침묵의 챕터
최고의 각본은 시간을 내어 갈고 닦아야 하는 법이죠.
무대는 완성됐고, 배경도 이미 설치했습니다.
주인공에게는 아직도 극단의 부름 소리가 들리고, 그는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뒤에 있는 '정의로운 동료' 로도스 아일랜드도 빼놓을 순 없죠.
주인공은 극단에서 도망쳤지만, 극단의 부름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겁쟁이는 극단에서 도망쳤지만, 지금 다시 고개를 돌려 저희와 마주 보고 있습니다.
오직 그 실낱같은 연결고리를 가진 자를 구하기 위해서……
낯선 이? 동료? 친구?
아무튼, 용기는 가상하지만 이야기도 결말이 찾아올 겁니다.
주인공과 겁쟁이는 모두 로도스 아일랜드에, 그들의 집에 돌아갔고……
극단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호스트가 직무를 유기하고 인형의 줄을 잡은 그 순간……
시시했던 지난 악역들처럼, 얻어맞아 땅바닥에 쓰러질 그의 운명 또한 이미 결정됐던 겁니다.
체면을 모두 잃은 채 말이죠.
이런 결말은 저에게 있어 모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이야기를 추가했죠.
집필은 장벽이 되어 창작자의 고난과 분노를 모두 주인공에게 떠넘겼습니다.
그 성장의 대가로, 주인공은 창조주에 대한 반항을 끝까지 관철할 것입니다.
게다가 로도스 아일랜드의 개입으로, 제가 바라는 캐릭터 성격과 개인의 운명 또한 모두 바뀔 것입니다.
이로써 이야기 결말은 저도 결정할 수 없게 되었죠.
……
실패한 작품은 쓰인 후에 전부 불에 태워지고,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죠.
창작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오류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점은 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복선을 깔아도 주인공은 그걸 회수할 능력이 없고……
한참 전에 깔아뒀지만, 정작 복선을 회수하기도 전에 주인공이 쓰러져 버렸죠.
나타나지 말아야 할 조연,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 마주하지 말아야 할 장벽.
그리고 해서는 안 될 선택.
솔직히, 이건 제가 최근에 집필한 가장 도전적인 각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집필하면서 그나마 몇 편이 밝게 빛나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요구에 비추어 볼 때, 저는 이 각본을 당신에게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힘겹게 모든 고난을 쓸어버리고, 모두가 바라는 아름다운 결말, 그리고 가슴 깊이 숨어있는 어둠의 씨앗.
그 씨앗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 모든 아름다움이 결국 저희가 바라던 비극이 될 것입니다.
운명은 이미 정해졌지만, 정작 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르죠.
저희는 그저 어둠 속에서 이 결말의 기쁨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면 됩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친애하는 극단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