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결말 기록몽롱한 대지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뭇 산과의 대화
몽롱한 대지
해금 조건: 엔딩 '뭇 산과의 대화' 5회 완료
엔딩 뭇 산과의 대화
마젤란은 지하의 평원을 유유히 걷고 있었다.
지하에 이렇게 광활한 대지가 있고,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흘 전, 이 '대지의 상처'에 숨겨진 비밀을 찾기 위해 그녀는 로프를 타고 큰 구덩이를 내려왔다.
구덩이를 내려오면서 그녀는 암벽에 붙어 있던 식물과 끈적끈적한 분비물을 발견했으며, 이런 것들은 더 깊이 내려갈수록 점점 더 많아졌다.
어느 정도 깊이에 도달하자, 구덩이는 이 식물과 점액질로 거의 메워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젤란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식물과 어둠 속에서 더듬으며 탐색을 이어 나갔다.
마침내 마젤란의 손은 어느 미끌미끌한 바위에 닿았다. 구덩이의 가장 밑부분에 도달한 것이다.
이곳은 마치 몽롱한 비경 같았고, 빛이 닿는 곳에도 모든 것이 안개에 뒤덮여 있었다.
발밑의 땅과 주변의 바위는 모두 습기로 가득했으나, 어째서인지 공기는 건조하게 느껴졌다.
체감상 이곳은 사미가 아니라, 빅토리아나 라이타니엔의 숲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마젤란은 가져온 탐사 장비를 확인했다.
모든 측정기의 수치는 미동조차 없었고, 어떤 기기도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횃불을 들고 어둠 속을 나아갔다.
……
이곳은 지하라기보다는, 바위로 된 돔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해 보였다.
바닥에는 굴러떨어진 바위가 거의 없었다. 이끼와 균류가 꽁꽁 감싸고 있었기에.
이곳에 자생하는 식물은 본 적조차 없었다. 맺힌 열매는 탐스러워 보였지만, 식량이 고갈되기 전까지 마젤란은 섣불리 맛보지 않을 것이다.
이 지하에는 심지어 냇물과 강도 있었다. 이건 진정한 물이다. 땅 위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 시원하고 맑은 물이다. 그런데 마젤란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도 났다.
태고의 맛인가? 쇠퇴의 풍미인가? 아니면……
마젤란은 다시 맛을 보았다.
이건, 침묵의 맛, 정적의 맛이었다.
이건 소리 없는 비명이었다.
물길을 따라 마젤란은 앞으로 나아갔다. 물길의 끝에는 한 동굴이 보였다.
동굴을 따라 마젤란은 앞으로 나아갔다. 동굴의 끝에는 눈 부신 빛이 보였다.
그 빛은 암벽을 따라 저 먼 곳까지 뻗어 있었고, 끊임없이 갈라지며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중앙에 있는 그 빛은 무엇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젤란은 그 빛을 따라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다. 다행히 탐색 중인 그녀에게 시간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
그녀는 가져온 기기를 모두 버렸다. 손에 든 것은 지팡이 하나뿐이었고, 머리카락마저 늘어뜨려져 있었다.
암벽에 규칙적으로 반사되는 빛 덕분에 마젤란은 오랫동안 불도 피우지 않아도 되었다.
식량은 이미 바닥났고, 그 대신 과일과 샘물로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한 가장 충실한 친구는 다름 아닌……
탐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지식에 대한 갈망이었다.
마침내, 마젤란은 길의 끝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가 있었고, 마젤란이 전에 봤던 고목과 매우 비슷했다.
그것은 타원형의 얇은 막에 둘러싸여, 규칙적으로 신축하고 있었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잔잔한 파동이 일어 저 멀리 있는 어둠을 향해 나아갔다.
그 빛 때문에 마젤란은 여기까지 찾아올 수 있었다.
탐사의 끝이자, 탐구 여정의 끝.
마젤란은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이 여정의 포상을 받고 싶었다.
그녀는 얇은 막을 만졌다.
한 차례 강력한 박동과 함께 얇은 막은 마젤란의 손을 튕겨냈다.
동시에 머리 위 암벽에서 한 줄기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와 갈라지더니,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갑자기 생각에 잠긴 마젤란.
그녀는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박동을 느꼈다. 자신과 나무의 박동.
마젤란은 갑자기 깨달았다……
이것은 식물 따위가 아니다.
이것은 사미의 심장이었다.
그녀는 사미의 등을 지나 사미의 의지에 도전했다.
그녀는 사미의 상처를 통해 내려와 사미의 몸속을 걸었다.
그리고 사미의 반짝이는 신경을 따라 뼈와 뼈 사이를 나아갔다.
다행히 사미는 그녀의 무례를 용서했다.
탐험가에게 주는 선물로 사미는 자신의 상처와 절망을 방문객에게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사미의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 어느 선량한 영혼으로부터 온 공감에 사미의 영혼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다.
마젤란은 고개를 돌아보았다. 어째서인지 그녀가 타고 내려왔던 로프가 바로 거기 있었다.
이제 로프를 몸에 묶고 당기기만 하면 그녀는 다시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마젤란은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곳은 대지의 끝이었고, 그곳은 벽이었다.
거기에는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 기호들……
이건 사미의 암호다.
그 암호는 걱정의 뜻이었다. 자신에 대한 걱정이 아닌, 마젤란에 대한 걱정이었다.
앞으로의 여정은 더욱 힘겹고, 전처럼 그리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젤란은 앞으로 나아갔다.
그 거짓의 끝을 지나 사미가 만들어낸 환영을 뚫고, 다시 한번 빛에서 어둠을 향해 걸어갔다.
사미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젤란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사미의 머릿속에 가고 싶었고, 사미의 기억과 감정의 근원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녀는 사미를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녀는 사미를 좀 더 이해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