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뭇 산과의 대화
별처럼
해금 조건: 모든 <은백의 적설> 제거 및 엔딩 클리어
엔딩 뭇 산과의 대화
앞으로 나아간다.
드론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암석층이 부서졌고, 마젤란은 뿌리가 완전히 드러난 식물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채집했다. 그리고 채집이 끝나자마자 드래곤플라이 드론을 회수한 뒤 모듈을 해제했다.
샘플 채취를 마치고, 마젤란은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오늘은 연합 탐사대가 사미에 진입한 지……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빙원에 대한 탐사 열풍은 몇 년째 계속되었고, 마젤란은 수없이 탐사대를 따라 이 사미의 빙원에 진입했다. 빙원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이미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었고, 마젤란은 과거 자신이 다녔던 대학교에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으며, 그곳에선 기대감과 꿈이 가득한 수많은 시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며칠에 걸쳐 자신이 보고 알아냈던 것들을 기록했고, 미래의 탐험가들에게 전할 지식을 엄선하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 이후, 그녀는 녹음기를 끄고 드론의 정기 점검을 시작했다. 극한의 환경에서 오랫동안 정비에 소홀했던 드론은 일부 부품이 마모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구동 자체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경고등이 깜빡이거나 이상한 경고음이 나지도 않았다.
마젤란은 나사가 살짝 헐거워진 점검구를 닫은 후, 장비를 등 뒤에 메고서 어두운 동굴을 벗어났다.
좁은 산길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검은 안개는 앞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마젤란은 동굴 출구 앞에서 멈춰 서서 잠시 망설이다가,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나침반과 기압 측정기를 꺼내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나침반을 확인하고선, 눈 속에서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간다.
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녀는 홀로 걸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팀원들은 물론, 도움을 요청했던 사미의 주민들도 모두 길 위에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설령 그들이 지금 이곳에 있었다고 해도, 눈앞에 있는 이 탐사대원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검게 녹아내린 눈이 공중에 휘날리며 앞길을 막아섰지만 마젤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윈터투스 산맥 사이의 길 위에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단지 형체가 왜곡되어 보이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중력의 혼란으로 인해 기구들은 그 그림자의 형체 위에 쌓여 있었으며, 그동안 채집한 샘플들이 그것의 윤곽과 그것의 포식 행위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림자의 변화는 마치 어떤 리듬을 타는 듯했으며, 이에 따라 그것이 현실 공간에 있는 장소 또한 일관성 없이 변화하는 듯했다.
그림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장애물을 넘어섰다.
긴 여정 동안 썩어버린 가방끈은 이미 끊어진 지 오래였고, 지금 이 상황에서 만난 중력 난류로 인해 가방은 아예 벗겨지고 말았다.
탐험가가 후배들에게 남기는 책은 이렇게 검은 눈 속에 묻히게 되었다.
책 사이에는 미처 보내지 못한 진실된 편지가 끼워져 있었다.
“근본적인 원인을 회피한다는 전제하에 붕괴체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 봤지만, 어느 방법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 우리는 경험을 쌓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현상에 대한 이해 또한 더욱 깊어졌지. 하지만 우리가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붕괴체들의 현상 또한 더더욱 다양해졌어. 그것에 대해 완벽하게 기록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
“모든 걸 인식하기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지.”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어. 경고가 없다 해도,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우리는 결국……”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수중의 나침반이 대지의 북쪽을 가리키지 못한다고 해도.
원반의 표면은 마치 진흙이 묻은 것처럼 어떤 검은 것에 가려져 있었다. 마젤란이 그것을 한번 흔들자, 원반은 순간 빛을 굴절시켜 알록달록한 색채를 내뿜었다.
그러나 마젤란은 틀림없이 북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서리가 내려앉은 가파른 암벽과 휘날리는 검은 눈 사이에서 빙원의 모습이 어슴푸레 보였다.
그것은 은백색의 빛을 내뿜으며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