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결말 기록전사도 죽음이 두렵다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겨울이 올 때까지

전사도 죽음이 두렵다

해금 조건: 관련 유물 획득 필요

엔딩 겨울이 올 때까지

툰드라의 지평선으로부터 솟아오르는 희뿌연 여명 아래, 한 무리의 사람들이 힘겹게 이동하고 있다.

이제 막 다른 땅으로 이주 중인 부족은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매우 무거웠다. 다친 사람도, 병에 걸린 사람도, 몸이 허약한 사람도, 누구 하나 말이 없이 묵묵히 눈길만 걷고 있었다. 바람마저 없어 정적에 휩싸인 이 드넓은 황야에는 이따금 아기의 청아한 울음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때, 마치 아기의 울음소리에 이끌린 듯, 선두를 걷던 제사장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제사장의 시선은 투구를 넘어 이 행렬이 출발했던 곳, 그들이 살았던 고향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돌려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에이크티르니르'.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이에 가장 먼저 고개를 돌렸던 제사장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묵묵히 행렬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암호판을 꽉 쥐자 작은 목판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에이크티르니르가 감회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데몬의 습격, 쫓기듯 이주하는 부족들, 최근 들어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제사장은 사미와 대화할 자격을 갖췄고, 북지 전사들은 이러한 수단을 이용해 데몬의 출현을 예지했으며, 부족의 이주를 도우며 언젠가 벌어질지 모르는 전투를 대비했다. 선령의 아버지는 누구보다 그에게 자비로웠고, 그의 물음에 거의 다 대답해주었다. 그러나 액운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가 그걸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그를 뒤따르고 있는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도, 어쩌면 또 다른 생존자에 불과할 뿐이다.

에이크티르니르는 그녀를 떠올리는 일이 거의 없지만, 그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의 뇌리에 나타난다. 마치 윈터투스 산맥의 구불구불한 방벽이나, 목판 지도 위에 시커멓게 그을린 흔적처럼. 가끔 그녀도 이 생존자 행렬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물론, 그런 광경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은 그녀의 마지막 구호 활동에서도 함께하지도 않았기에.

뒤따라오는 부족민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말하는 사람도, 원망하는 사람도, 질문하는 사람도 없다. 마치 모두가 이 참상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들은 알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죽음이 찾아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데몬에게 더럽혀진 땅, 그들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옛 고향에 돌아가 선령과 가족과 재회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하지만 에이크티르니르는 알 수 없었다. 사미가 유일하게 답을 주지 않았던 질문이 있다. 그녀는 살아 있는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심지어 점술에 능한 샤먼조차도 그 결과를 점쳐낼 수 없었으니.

그녀가 자신의 투구에 넣었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약초가 날이 갈수록 말라가면서, 에이크티르니르 또한 앞이 보이지 않는 운명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마 죽은 후에도 그녀를 만날 수 없을 터. 마치 데몬의 침식에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던 전사들처럼, 아무도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본래라면…… 추모해야 할지도 모른다. 허나 그의 어깨엔 너무나도 막중한 책임이 있고, 지금의 그에겐 그럴 틈조차 없다.

에이크티르니르는 그저 싸우고, 상처 입고, 치료하고, 또다시 싸우고, 지지 않고, 계속 살아가야 할 뿐이다.

생명의 불이 꺼지지 않는 한, 그녀는 기억 속에서 계속 존재할 수 있고, 그의 죄책감과 후회가 그녀의 존재를 더욱 뚜렷하게 할 것이니.

운명을 받아들인 사미인들은 묵묵히 얼어붙은 땅을 걷고 있다. 오직 어머니 품속에 안긴 아기만이 차가운 바람에 울음을 터뜨렸다. 샤먼 무당인 어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아기를 달랬다. 그녀는 이미 전사의 투구를 벗어 배낭에 걸어 두었고, 거기에는 약초와 열매가 담겨 있었다.

에이크티르니르는 아기를 쳐다보더니, 아츠로 따듯하게 데운 작은 돌을 그 작은 손에 쥐여 주었다. 어머니는 미소로 화답했지만, 딸을 향한 눈빛은 갈수록 쓸쓸하게 변했다.

“안타깝군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이 아이는 평온하지 못한 사미에서 태어났으니까요……”

에이크티르니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그는 입을 열었다. “나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