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깊은 심연 속으로
물방울
해금 조건: 관련 유물 획득 필요
엔딩 깊은 심연 속으로
발라크빈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동굴에서 명상 중이다.
그녀의 동굴에는 눈보라 소리조차 닿지 못한다. 이곳에는 그녀의 심장 소리, 숨소리, 혈액이 흐르는 소리 외에, 오직 바위에 붙은 서리가 조금씩 녹아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소리뿐이다.
사이클롭스의 예견은 항상 미래를 내다본다. 천 년 전, 마왕의 자리를 이어받았던 사이클롭스가 남긴 예견은 부족에서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 어둠의 그림자가 빙원 끝자락으로부터 서서히 만연하고, 현실은 조금씩 무너진다. 대지에는 죽은 자가 없다. 대지마저 공허에 뒤덮여 버렸으니……
당초 북부로 향하는 여정에서 목숨을 잃었던 동족들은 빙원도 데몬도 보지 못했고, 그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예언을 자손들에게 전했을 뿐이다. 마치 장님이 관을 여는 순간 드러난, 부패하기 직전의 죽은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것처럼. 현재, 부족은 산맥에서 살며 북방의 빙원을 관측하고 있다. 그리고 눈에 비치는 그 광경의 본질도 빙원의 전모와 함께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사이클롭스의 역할에 달라진 것은 없다. 그녀는…… 아니, 그들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 있는 미래를, 그 운명의 끝을. 그전까지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 순간의 도래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그러나 발라크빈의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관측소에 접근하는 남부인 탐사대에게 부탁하는 자신을 보았다. 그들과의 대화 중, 그녀는 사방에 널브러진 얼굴이 흐릿한 시체를 보았다. 즐거운 대화는 순식간에 멈췄고, 자신의 손에는 존재해서는 안 될 꽃이 있었으며, 등 뒤에는 끝없이 펼쳐진 꽃밭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탐사대와 손을 잡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도 잘 아는 젊은 샤먼들을 도와 전사들이 지키는 전선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과 같은 오두막에서 지내고 있을 때, 그녀는 데몬에 오염된 전사 부대를 보았고, 경솔하게 출전해서 눈보라 속에서 굶어 죽는 모습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들의 뜨거운 소원을 실현해주기 위해 그들을 내보냈다.
무수한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지나간 뒤, 그녀는 자신이 동굴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이 드물게 과거를 추억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 사이클롭스는 항상 미래를 내다보지만, 그 수많은 예견의 무질서한 가능성은 결국 유일한 기억으로 귀결된다.
그녀는 검은 눈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고, 가족의 시체에 엎드려 죽어가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자신을 보았다.
운명은 그녀에게 경고했고, 눈앞에는 본 적도 없는 빙원이 펼쳐졌다. 그 아이는 다 자랐지만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윤곽도 흐릿했으며, 데몬에 오염된 공허의 그림자가 된 자신은 그녀에게 쇠약의 아츠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망치는 자신이 검은 화살에 가슴이 뚫려 나무에 꽂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이 아이가 자신을 극악의 죄인이라 선포하고 자신의 처형 집행자가 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말라가는 꽃을 보았고, 부러진 활을 보았고, 문밖에 버려진 찢어진 옷을 보았다.
그녀는 알고 있다. 그녀는 모두 알고 있다. 그녀는 이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 언젠가는 찾아올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들리는 건 극도로 처량한, 이를 악물고 흐느끼는 울음소리뿐.
그녀는 우는 아이를 껴안았다.
이 따스한 품속에서, 소녀는 비로소 마음 깊은 곳의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 한 방울이 발라크빈의 옷깃에 떨어졌다.
그녀는 눈을 떴다. 피부에 닿은 건 암벽 냄새가 나는 물방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