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깊은 심연 속으로
미련
해금 조건: 관련 스토리 발동 필요
엔딩 깊은 심연 속으로
암마는 떠났다.
티폰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죽은 자의 영혼은 계속해서 사미의 땅에 머물지만, 떠난 자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니까.
산을 넘고, 빙원을 건너, 검은 숲을 지나면서도 그녀의 걱정은 멈추지 않았다. 암마의 비호를 잃은 사미는 과연 어떻게 될까? 나무가 마르고 짐승들은 서식할 곳을 잃지 않을까? 암마가 밟지 않은 눈은 영원히 녹지 않는 게 아닐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광경을 보았을 때, 티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숲은 여전히 울창했고, 열기를 뿜어내는 온천은 주변에 쌓인 눈을 녹이고 있었다. 새끼 혼비스트는 그녀에게 악의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 듯, 그녀 곁에 다가와 어리광을 부리며 관목의 새잎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긴 여행으로 지친 그녀는 이대로 새끼 혼비스트와 함께 잠들 뻔했다.
그러나 새끼 혼비스트가 그 온화한 눈을 감은 순간, 그녀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을 뜬 적이 거의 없던 그 순백의 혼비스트가 더 이상 사미를 지켜줄 수 없다는 걸 떠올렸기에.
티폰은 새끼 혼비스트를 지키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퇴마 아츠를 사용했고, 또 화살로 아직은 위협이 되지 않는 그림자를 쫓아버렸다. 그러나 암마가 없다는 걸 아직 모르는 새끼 혼비스트는 여전히 예전처럼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단잠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티폰은 아무도 암마가 떠났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미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암마는 자신을 희생하여 사미의 모든 생명을 지켜냈고, 또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단지 자신이 암마를 보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티폰은 나무 울타리에 고립된 부족민들을 구했다. 그리고 암마가 더 이상 지켜주지 않으니, 어느 때보다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맞아요. 암마는 많은 사람을 지켜야 하니까요. 우리도 언제까지나 암마의 가호만을 바랄 순 없잖아요. 뭐, 그래도 자기 아이는 스스로 잘 돌봐야죠.” 그녀의 충고에 부족민은 이렇게 반응했다.
티폰은 또 숲 속의 사냥꾼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더 이상 암마의 눈덩이를 찾을 수 없을 거야! 영원히!”
그러나 사냥꾼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암마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자는 암마의 가호를 받을 수 없었기에. 즉, '왜 암마의 눈덩이를 찾을 수 없을까'라는 질문 자체가 암마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사냥꾼은 그저 아이의 외침에 웃음으로 답하며, 작은 눈덩이를 만들어 장난치듯 그녀를 향해 던졌다.
티폰과 함께 암마와 작별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도 물론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오래전에 자신에게 떨어진 그 녹은 눈을 설명할 수 있을까?
티폰의 슬픔은 조금씩 분노로 변해갔지만, 그녀는 그 분노를 표출할 길이 없었다. 그녀는 안일해진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여전히 생기에 찬 숲을 탓할 수도 없다. 오히려 그녀는 더욱 필사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모든 걸 지키려고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티폰은 한 제사장을 만났다.
그녀가 습관적으로 “암마는 더 이상 모두를 보호할 수 없어.”라고 하자, 그 제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자신의 말을 믿어준 사람이 나타났고, 자신도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을 찾았는지 그녀는 단숨에 암마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때, 그녀는 시무룩해져서 “하지만 이 모든 건 더 이상 일어날 수 없겠지.”라고 말했다.
“아니, 왜 암마가 사미에 지금까지 머물렀는지 아니?” 끝없는 인내심으로 그녀의 말을 경청하던 제사장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머물렀다고……?”
“암마와 같은 존재들은 어느 한 땅에 속하는 게 아니란다.”
“암마는 단지 사미의 땅과 생명을 사랑했기에 계속 여기 머물러 있었던 거지.”
“하지만 지금 암마는 떠났잖아.” 티폰은 다급히 물었다. “그냥 사미를 떠난 거야? 설마…… 사미의 땅이 싫어져서?”
“오히려 그 반대지. 암마의 사랑은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단다.”
티폰은 더 묻고 싶었으나, 제사장은 몸을 일으켰다.
그 뒷모습은 검은 숲을 향해 걸어갔고, 이내 고목의 그림자와 겹쳐버렸다.
가지에 쌓인 눈이 떨어지고, 검은 파울비스트가 나무와 눈 사이를 날아갔다.
티폰은 황급히 달려갔다.
그러나 발자국은 도중에 갑자기 사라졌고, 눈부신 두 달의 반짝이는 빛만이 눈 위에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