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결말 기록끝나지 않은 운명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깊은 심연 속으로
끝나지 않은 운명
해금 조건: [묘포] 위의 오퍼레이터가 퇴각 없이 엔딩 클리어
엔딩 깊은 심연 속으로
티폰은 화살 주머니에 넣어 둔 작은 천 조각을 만지작거렸다. 사람들은 거대한 고리 앞에서 발라크빈이 남긴 옷 조각을 가져왔고, 티폰은 습관적으로 이를 화살 주머니에 넣어 두며 항상 가지고 다녔다. 마치 수년 전 아직 암마가 있던 때, 작은 눈 덩어리를 주머니 안에 넣어 두던 것처럼.
사미의 상황은 어느 정도 나아졌으며, 티폰도 당시에 거대 구조물을 연구하던 연구자들에게 “신형 소재로 만든 금속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확인해 보라”며 사미 바깥 지역을 함께 다니자는 초청을 받기도 했다. 티폰은 지금 이 상황이 발라크빈의 덕택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어딘가 그리운 기분이 들어 그 초청을 받아들였다.
수년 전, 발라크빈은 어느 거대 구조물 가동 실험 도중 목숨을 잃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혹은 운명이 예언한 대로 고리를 통과한 그 깊은 어둠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당시 현장에 없었던 티폰에게 소식을 전했다. 발라크빈이 거대 구조물에 들어간 이후, 고리 속에서 곧바로 붕괴체가 등장하여 대규모의 공간 갈라짐 현상이 발생했고, 발라크빈은 저 너머에서 붕괴체의 공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더 가능성이 높은 가설을 티폰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기존의 이론에 따라, 연구팀이 소멸시킬 수밖에 없었던 그 고위험 붕괴체는 거대 구조물을 건넌 이후로 상태에 변화가 생긴 발라크빈 본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 당시 있었던 실험 실패로 인해 모두가 힘들어했었지.” 도시로 접근하는 차량에서 어느 학자가 티폰에게 말했다. 이는 여러 세력들의 압력으로 인해 수년 동안이나 비밀에 부쳐졌던 연구 기록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학자도 생각이 많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한 관측 데이터들을 선물한 건 확실하다. 우리를 이끌어 준 그녀에게 우리 모두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 그래서 우린 그녀야말로 인류를 대표해 이 실험의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도 거대 구조물을 연구하면서 얻은 신합금으로 어디 동상이라도 하나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티폰이 평온하게 말을 이어갔다.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동 도시에 있었다.
“그래, 그녀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겠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인류의 오랜 평화는 모두 그녀의 덕택이니까.”
실험 사고 이후, 다시 안정을 되찾은 빙원 실험 기지에선 다양한 분야의 학자, 다양한 종족의 지식인들이 한곳에 모여 회의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붕괴체의 특성상 이 사실을 널리 퍼뜨릴 수는 없었으나, 이는 인류의 운명을 조용히 바꾼 회의였다.
거대 구조물을 복원하는 기간 동안, 대규모 붕괴를 촉발시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번 회의에선 처음으로 거대 구조물에 대한 연구를 중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쪽에서 전문가들은 인류가 이미 이 비밀로 가득한 구조물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며, 이 구조물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재료들을 분석했고, 이 구조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역사의 흔적은 전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가설이 검증되었고, 관측 결과가 예상했던 결과에 완벽히 들어맞았으며, 사람들은 이 거대한 장치가 어떤 방식으로 붕괴체를 만들어 현실 공간에 구현하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조물 가동 이후에 나타난 여러 흔적들을 증거로, 이곳이 어쩌면 데몬들이 가장 처음 현실 공간을 향해 전쟁을 일으켰던 '대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거대 구조물이 가진 인공적인 특징과 함께 발견된 공간 안정화 장치에 대해선, 선대의 인류가 데몬에 맞서는 과정에서 탄생한 지혜의 결정체라고 주장했다. 이 추측들 중 일부는 증명이 불가능하지만, 현재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냐하면 인류는 더 이상 증명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급한 안건은 그들이 우주의 균열을 악화시키지 않고 이 구조물을 안전하게 철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한 번의 고생으로 영원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사미인들은 이미 온 테라인들을 대신해서 데몬과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싸워왔으며, 지금이라면 이 기나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후 탐사대는 수년 동안 사미 지역의 붕괴 현상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보고했고, 이는 티폰이 잠시 사미를 떠나는 것에 대해 동의한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연구팀이 단체로 끝없는 빙원에서 철수한 사실과 빙원의 끝에 있었던 그 고리가 철거되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티폰은 이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르게스의 눈에 비친 운명은 그렇지 않아. 그 사람도, 그리고 암마도 절대 힘들고 위험한 운명 같은 걸 보기 위해 희생한 게 아니야.”
“우린 봤어, 그래서 우린 그것에 도전하고, 그걸 부정하기로 한 거야.”
“하지만 운명도 결국은 미래야. 아르게스는 늘 말했지, 문도 일종의 눈이라고. 사람들은 그걸 통해서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티폰은 돌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앞에서 남쪽 사람들의 강철의 숲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활이 더욱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한 번의 고생으로 영원한 평화가 주어지는 법은 없다. 그녀의 무기가 자신의 사냥감을 알아본 것이다.
“이런, 곤란하게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