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월간 분대 기록탐색 3

월간 분대 기록 · 2024.03 월간 분대 · 5층 무결점의 정원

탐색 3

사미의 그림자에 발을 들인다.

탐험의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녀는 발밑으로부터 전해오는 대지의 숨결을 느꼈다. 기억 속 대지의 숨결은 이토록 거칠었던가? 어떻게든 두 번째 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녀는 비로소 이곳의 모든 것이 기억했던 것보다 더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탐험가는 어쩔 수 없이 중요하지 않은 장비를 하나씩 버리고 생명유지 장치와 영상 기록 모듈만 남겼다. 이 땅에 처음 발을 들인 그녀는 그저 새로운 환경을 살펴보고 싶었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발밑이 조금 미끄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것이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단단하고 미끄러운 얼음으로 된 대지였다. 그녀는 이 얼음판의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만약 정말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아마 이대로 계속 미끄러져 영원한 잠에 빠질 때까지 미끄러질지도 모른다.

탐험가는 알고 있다. 이렇게 춥고 거친 대지를 밟는 건 처음이 아니다.

그녀는 일찍이 사미의 자비로운 계시를 따라 눈과 숲의 험준한 지형을 헤쳐나갔고, 그 삭막한 추위의 끝없는 빙원 속에 거침없이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다. 유년 시절 잠자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에서, 어린 시절 읽었던 과학 잡지에서, 그리고 길에서 들은 견문 속에서, 그녀는 그것과 수도 없이 마주쳤다.

그때 그 순간, 끝없는 빙원, 그녀 잠재의식 속에 있던 이 웅장한 존재는 분명 그녀의 발밑에 있었다.

그녀는 산봉우리가 드리운 그림자를 보았고, 별 무리와 오로라가 비춘 그림자를 보았다. 그녀는 또 거대한 링을 보았고, 그것의 그림자와 함께 이 혹한의 황야를 이룬 무한이라는 개념을 보았다. 사미가 그녀에게 보여준 그림자 속에서 그녀는 앞으로 계속 걸어나갔고, 발걸음으로 허무에서부터 쏟아지는 시선에 응답했고, 그 저항할 수 없는 인력에 대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종점이라고 생각했던 장소는 단지 출발점에 불과했다.

탐험가가 그 시선에서 벗어난 건 실로 다행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그것과 재회할 거란 걸 그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게 이렇듯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그 무겁고 미끄러운 얼음판의 끝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그 그림자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개미의 행진을, 성장하는 잎맥을, 체내에 흐르는 혈액을 보았고, 또 운명의 보이지 않는 끈이 자신을 다른 세계에 있는 옛 친구에게로 인도하는 걸 보았다.

“이건 너의 선택이고, 이건 네가 선택한 결과다.”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탐험가는 사미의 대답을 분명히 들었다.

사미는 그림자 속에서 모든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