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분대 기록 · 2024.04 월간 분대 · 3층 여명의 툰드라
직시 2
사냥 중에, 자신이 의존하는 무기에 진다면?
그녀는 손에 난 상처를 세고 있었다. 이건 칠흑의 꿈이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힘겹게 나아갔고, 빙원의 찬바람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넘어뜨릴 것 같았다. 황폐한 은백색과 광활한 공허가 그녀의 눈앞에서 어우러져 빛나고 있다. 가끔 그녀는 어둠에 빠진 것 같았고, 별하늘에 둘러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과거와 낯선 미래가 눈송이처럼 펄럭이며 그녀의 몸을 짓누른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이제 분간하기도 어렵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세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손에 난 상처를 하나하나 세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눈을 힘껏 깜빡이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인식하는 순간 즉시 시력을 완전히 빼앗기게 될 테니. 그녀는 이 상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39, 40…… 그리고?
피곤함과 저체온증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그녀는 이내 처음부터 다시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잘못 세기라도 한다면 숫자에 대한 인식마저 왜곡되고, 최소한의 지식조차도 혼돈이 될 것이다.
빙원과 사미의 경계는 여전히 아득하게 느껴졌다. 해는 떴다가 떨어진 것 같았지만, 보일 듯 말 듯한 저 검은 산맥과 자신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북지 전사들이 모르는 샛길을 알고 있고, 반드시 그 길로 가야 한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였다간 그 고지식한 전사들에게 목숨을 잃을 게 뻔하니까. 그녀의 다리는 검푸르게 변했다. 그녀는 가진 힘을 다해 어떻게든 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걷는 동작을 하려 했다. 걸을 때 발을 내려야 하나? 그녀는 부츠 너머로 얼음의 차가움을 느꼈다. 아니다. 그 느낌조차도 아마 자신의 상상일 것이다. 종아리를 관통한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이런 혹한 속에서는 지혈하는 것조차도 여의치 않다. 상처 아래의 피부는 검게 변했다. 이건 동상으로 인한 조직의 영구적인 괴사일 뿐이라고 티폰은 자신에게 타이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화살통은 이미 비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거운 활을 메고 있었다. 이제는 활을 당길 힘도 없다. 한쪽 팔은 너무 오래 같은 동작을 유지한 탓에 이미 가슴팍에서 굳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가슴팍에는 작은 상자가 안겨 있었다.
“난 지지 않아.” 그녀는 계속 이렇게 생각했다. “이 활은 절대 버리지 않아. 처음 만난 그날에도 말했듯이, 난 너를 두려워하지 않아. 난 지지 않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상자를 사미까지 가져간다. 숲을 지나 남쪽 끝을 향해 계속 나아간다. 아직 괜찮다. 아직 걸을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변함없이 황량한 빙원에 익숙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르게스가 그녀에게 시선을 돌린 순간, 티폰은 모든 것을 떠올렸다. 자신이 가슴에 품고 있던 상자에는 그녀들이 함께 찾은 꽃이 들어있었고, 아르게스는 그 꽃을 차파트로 가져가 한 컬럼비아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르게스는 빙원에서 길 잃은 탐험가들을 찾고 있었다.
“못 찾았나 보네…… 하지만 괜찮아. 적어도 이 꽃은…… 난…… 적어도……”
언어의 질서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곧이어 사고의 모든 것도 공백이 되어 허물어졌다.
그리고 빙원에서 한 육체가 서서히 사람의 형체를 잃기 시작했다. 아직 그림자에 뒤덮이지 않은 부분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대지를 향해 버티고 있었지만, 나머지 부분은 영원히 그 몸을 이 공간, 이 좌표에 묶어두었다.
이윽고 그림자는 서서히 나머지 부분마저 덮어버렸고, 공간의 단편이 하나둘씩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조금씩 형태를 복원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대지에는 한 인간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데몬의 자양분이 되지 않도록, 사이클롭스는 쇠약의 아츠로 데몬과 마지막 남은 생체 조직을 빼앗고 있었다. 칠흑 같은 공허한 얼굴이 사이클롭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자가 땅에 떨어지면서 티폰은 꿈에서 깨어났다.
이건 그림자에게 사냥당하는 또 다른 꿈일 뿐. 그녀는 이렇게 생각하며 무기를 짊어졌다.
그림자 사냥꾼은 항상 곁에 있다. 그날은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자신이 더 이상 사냥꾼이 될 수 없고 자신이 더 이상 무기를 굴복시킬 수 없을 때, 아마 그것은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운명이 어떻든 지금의 자신은 훌륭한 사냥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