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분대 기록 · 2024.05 월간 분대 · 5층 무결점의 정원
작별 3
하지만 우리 모두 알게 될 것이다. 과거가 곧 현재이자 미래라는 것을.
설원을 떠나 로도스 아일랜드의 안전가옥으로 향하는 길에, 무언가가 산탈라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고목 한 그루, 인간 한 명, 거대한 까마귀 한 마리였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그 자리에 나타났다.
과거는 현재이고 미래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미, 지금 바로, 그리고 앞으로 거기에 계속 있을 것이다.
말의 힘이 시간을 뛰어넘었고, 그들은 산탈라의 공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산탈라로부터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에 쌓인 눈이 갑자기 함몰되자, 가시덤불이 올라오더니 완벽한 원을 이루며 이 두 존재를 그 안으로 받아들였다.
산탈라는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고목 앞까지 걸어갔다.
그녀는 두 팔을 벌려 고목을 단단히 껴안았다.
예전에는 존경 또는 명예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 때문에 이렇게 고목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
이 고목은 쇠퇴하지 않았다. 껍질은 단단했고 잎은 무성했다.
마치 젊은이의 축복을 기다리는 건강한 노인처럼.
“고맙다.”
이건 그녀가 고목에게 바치는 공물이었다.
그리고 고목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제사장 차림을 한 인간 앞에 다가갔다.
그 사람은 왼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오른손은 무언가를 요구하듯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산탈라는 그 손을 꽉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피부 사이로 전해지는 감촉에 산탈라는 무심코 여러 기억을 떠올렸다.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와의 첫 만남.
아미야와의 첫 악수.
박사에 대한 첫 인정.
우르수스인과의 첫 화해.
“고맙다.”
산탈라는 그 인간의 손을 잡은 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것은 그녀가 그 인간에게 바치는 공물이었다.
인간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큰 까마귀 앞에 다가갔다.
거대한 까마귀의 세 눈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으나, 시선은 산탈라를 넘어 저 멀리 향하고 있었다.
산탈라는 잠깐 고민하더니, 허리춤에서 작은 병을 꺼내 그 안에서 사탕을 하나 집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벌꿀이 이 대지에서 가장 달콤한 것인 줄 알았다. 이것을 받기 전까지는.
그녀는 손을 뻗어 사탕을 까마귀의 부리 앞으로 내밀었다. 까마귀는 사양하지 않고 사탕을 곧바로 물더니, 고개를 위로 휘저으며 사탕을 삼켰다.
“고맙다.”
이건 까마귀에게 바치는 공물이었다.
거대한 까마귀 또한 흔쾌히 받아들였다.
......
산탈라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의 모든 것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녀는 어느새 로도스 아일랜드 안전가옥의 문 앞에 도착했다. 꽤 먼 길을 걸었던 것 같았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따뜻함과 포만감, 그리고 친구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었다.
이는 그녀가 운명으로부터 쟁취한 선물이다.
산탈라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