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월간 분대 기록보이지 않는 결말 2
월간 분대 기록 · 2024.06 월간 분대 · 3층 여명의 툰드라
보이지 않는 결말 2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재이의 영향.
발라크빈은 사미 전사들이 산맥에 쌓아 올린 높은 방벽에 올라갔다.
“저는 사이클롭스의 대표가 아닙니다.” 그녀가 '군단'을 이끄는 제사장에게 말했다.
“나는 사이클롭스의 예언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에이크티르니르가 대답했다.
사이클롭스의 예견은 비록 재난을 볼 수 있지만, 그 재난이 언제 찾아올지는 알 수 없고, 재난이 찾아온다 한들 일반인보다 더 빨리 감지할 수도 없다. 사이클롭스가 날로 커져가는 데몬의 영향을 알아채고, 사미와 그의 전사들이 오염 확산을 막기 역부족이라는 걸 알아챘을 때, 산지 전사들도 그 이상 징후를 알아차렸다. 그러던 중, 에이크티르니르는 여느 때와 달리 사이클롭스와의 대화에 동의했다. 산속의 한기 서늘한 초소를 여럿 지나자, 발라크빈은 실종한 전사들의 행방을 점치는 처량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사미의 땅은 점점 공포의 그림자에 침식되어 갔고, 남쪽에 있는 부족들은 재이의 존재를 알기 시작했으며, 북쪽의 부족들도 남쪽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는 난국의 시작일 뿐이고, 발라크빈도 그들에게 경고할 필요가 없었다. 부족의 수장으로서 사미의 유일한 적과 평생 싸워온 제사장이 현 상황을 충분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드시 선택해야 했고, 반드시 변혁해야 했다.
유감스럽지만 딱히 놀랍지도 않았던 점은, 발라크빈이 협력의 뜻을 밝히자 에이크티르니르는 주저하지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는 것이다. “네가 산맥을 지키는 전사가 될 생각이 없는 한, 우리도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상처투성이인 사미를 보고도, 자신이 툰드라에서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당신은 이곳을 지키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할 것입니까?”
“네가 예견한 건 나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단호한 당신이 어째서 수십 년 만에 사이클롭스와의 대화에 동의한 거죠?”
“네가 알면서도 내게 숨기고 있는 그 광경 때문이다.” 제사장 흉터 아래의 눈이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발라크빈은 침묵했다.
사이클롭스가 액운만을 볼 수 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다만, 수많은 정해진 사건에 대해 예견자는 그 순서를 바꿀 수 있다.
데몬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지난 천년에 비교해 사미에게 남겨진 목숨은 한없이 짧다. 발라크빈은 자신이 예견한 그 찰나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녀는 사람들이 데몬의 오염에 저항할 수 없기 전에, 심지어는 이해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반드시 빙원의 끝에 있는 그 링에 도착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녀는 사이클롭스들이 천 년 동안 주시해 온 그 종말의 도래보다, 그 문을 만짐으로써 발생한 재액을 더 앞당겨야 했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 링이 보여주는 게 막다른 길이 아니라, 희망의 통로가 될 수도 있으니.
그러나 산지 전사들이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듯이, 사이클롭스들은 감히 언어로 운명의 모습을 고정하지도 않는다. “제가 본 것은 비극이지만 결말은 아닙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몸을 일으켜 그 자리를 떠나려 했던 에이크티르니르는 걸음을 멈췄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녀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너는, 운명을 속이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요, 전 그저 받아들일 뿐입니다.” 발라크빈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방벽을 내려갈 때, 전사들은 더 이상 멸시하듯 그녀에게 무기를 겨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