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월간 분대 기록종점이 없는 샛길 2
월간 분대 기록 · 2024.07 월간 분대 · 3층 여명의 툰드라
종점이 없는 샛길 2
무작정 부딪히기보다는, 옆 사람을 믿어보는 게 어떨지.
지금까지 소녀는 자신의 몸에 숨어 있는 자신이 매우 성급하고 강하다고 생각했다.
사미의 찬 바람이 끊임없이 몰아쳐, 입에 찬 음료를 들이붓지 않아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소녀는 사미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현지인들의 점술이 소녀의 흥미를 끌었다. 소녀는 아주 쉽게 현지에서 가장 추앙받는 샤먼 노파를 찾았다.
노파는 열정적으로 소녀를 방으로 초대했다. 방 안은 매우 고풍스러웠고, 촛불과 라디오가 곳곳에 놓여 있었으며,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불 냄새가 가득했다.
친절한 노파는 소녀의 내력을 묻지 않았고, 이곳에 온 이유도 묻지 않았지만, 소녀에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녀가 주저하고 있는 사이, 노파는 멋대로 이미 준비하기 시작했다.
노파는 소녀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앉혔다. 다행히도 거긴 작은 난로가 있어 춥지는 않았다.
노파는 소녀에게 차 한 잔을 건네주었다. 차는 담백하고 시원했다.
노파가 손으로 라디오를 두드리자, 라디오에서 은은한 현지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의식이 더 있나? 소녀는 노파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자 노파는 사실 점술에 의식 같은 건 필요 없고, 그저 마음만 차분하게 가라앉히면 사미의 계시가 들릴 거라고 했다.
사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걸 믿으면 자연히 이끌어 줄 것이라며.
소녀는 눈을 감고 이 낯선 노파와 사미를 믿기로 했다.
소녀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검에 닿았다. 소녀는 자신의 의식이 사미의 눈꽃을 따라 휘날리다, 바람에 들어갔다가 다시 마음속 깊은 곳으로 돌아와 또 다른 자신을 찾아준 것을 느꼈다.
그리고 또 다른 자신은 뭐라고 열심히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말하기를, 자신은 위대한 '수르트'이며, 사람들을 지배하고, 사람들에게 추앙받고 칭송받아야 할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 비열한 적에게 패배하고 토막 난 뒤 봉인까지 당해, 지금은 굉장히 허약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기에 몇 번이고 작은 자들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삼아, 힘을 모으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이 약해진 탓에 모든 대리인들이 뚜렷한 기억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수르트 자신도 도대체 어디서 이 소녀를 찾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카즈델이었나? 아니면 그 근처인가?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소녀가 사미에 온 건 정답이었다. 이곳이 바로 과거에 수르트가 패배를 겪고 봉인당한 곳이 었다.
사미의 눈보라 속에서, 적은 자신의 몸으로 수르트의 힘을 봉인했다. 소녀가 수르트의 인도를 따라 그곳에 도착하기만 하면 불꽃의 대검으로 그 봉인을 쉽게 풀 수 있다.
수르트가 힘의 일부만 되찾는다 해도 소녀를 도와 그녀 자신만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
눈보라가 아무리 앞을 막아도 불꽃은 반드시 소녀를 위해 길을 개척해 줄 것이다.
갑자기 한기가 스쳐 가자 소녀는 경계하기 시작했다. 곁에 있는 촛불은 아직 타오르고 있었다.
노파는 천천히 소녀에게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녀의 눈앞에는 작은 불꽃으로 된 암호문이 두 개 있었다.
노파가 첫 암호문의 의미를 말해 주었다.
사미는 항상 착한 자를 지켜준다. 자신이 들은 말을 믿으면 분명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노파는 소녀가 사미의 소리를 들었다고 착각했으나, 소녀는 일단 모른 척 하기로 했다.
곧이어 노파가 두 번째 암호문의 의미를 말해 주었다.
아이야, 결국 믿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