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월간 분대 기록종점이 없는 샛길 1

월간 분대 기록 · 2024.07 월간 분대 · 1층 은빛의 호수

종점이 없는 샛길 1

어쨌든 잘못된 걸음에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소녀는 단말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소녀는 머릿속에 남은 기억의 단편을 하나하나 노트에 기록한 뒤, 그걸 단서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단말기에 입력해 언제든지 편하게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카시미어 기사에 관한 전설. 밀림 속에 불꽃 대검을 든 악당이 약탈을 일삼으며 사람을 해쳤다. 기사들은 토벌대를 결성했지만, 결국 막강한 힘을 가진 악당을 당해낼 수 없었다. 분노한 악당은 보복으로 불을 질러 기사들을 전멸시키려 했지만, 때마침 용감하고 영리한 두 기사 자매가 나타나 빛나는 오리지늄 아츠로 악당을 물리치고 결국 국왕으로 즉위했다.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카시미어에서 출판되었고, 아동 도서로도 상당히 잘 팔렸다. 책 속의 삽화 주인공은 니어를 똑 빼닮았는데, 아무래도 상업적인 상술 같아 보였다.

라이타니엔 길모퉁이에 있는 디저트 가게. 수년 전, 이 가게의 주방에서 끔찍한 폭발 사고가 일어났는데, 당시 셰프는 디저트 원료와 제조 레시피를 구해내려다가 불행하게도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더 불행한 건 지금의 가게가 그의 솜씨를 전혀 물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무지에 있는 고성 폐허. 수십 년 전, 성주의 아들들은 상속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 싸웠다. 정직한 성주는 참다못해 모든 아들을 지하실에 가두었다. 그 직후, 고성은 재앙이 몰고 온 화재에 휘말려 버렸고,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했다.

이 내용은 성주의 일기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인근 마을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그 성주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늙어서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아들들이 구제 불능이라 생각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진실이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소녀 자신처럼.

이 이야기들 속에는 자신의 흔적이 하나도 없다.

기억 속에서는 분명 모두 발생했던 일들이다. 모든 화재가 마치 소녀 자신이 일으킨 것만 같았다.

소녀는 수중에 있는 대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수르트'라는 이 무의식 속의 이름마저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이렇게 부를 때마다, 그녀는 항상 이 사실을 떠올렸다.

모든 기억은 이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저주는 '수르트'가 가진 모든 기억이었다.

'수르트'란 대체 무엇일까? 소녀는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도, 자신이 정말로 자신인지조차 알 수 없을까?

아무리 찾아 헤매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정말 계속해야 하는 걸까?

소녀는 지도에 표시된 화살표를 바라보았다. 다음 목적지는, 사미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환경이 그리 쾌적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평온하게 지낼 수는 있었다.

적어도 거기는 따뜻한 방과 식사가 있고, 임무가 있고, 친구가 있다. 간혹 주어진 임무도 자신의 이 알 수 없는 힘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으니.

그런데 왜 희박한 가능성을 위해 굳이 애를 쓰고 자신을 귀찮게 해야 하는 걸까?

내가 '수르트'인지 아닌지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소녀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다른 오퍼레이터들이 보기에 소녀는 항상 도도하고 막강했지만, 사실 소녀도 속으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포기할 일은 없다.

지금까지 소녀는 이런 분함을 몇 번씩이나 삭이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새로운 여정에 나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여정을 떠난 소녀는 이윽고 사미의 설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