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분대 기록 · 2024.08 월간 분대 · 3층 여명의 툰드라
동족 2
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엘프는 자신만을 고집할 수 없다.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종족과 신분이라는 간극을 넘어서게 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전진하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상에 대한 추구, 미지에 대한 탐구다.
뮤엘시스가 거대 구조물 앞에 있는 캠프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이미 세계 각지에서 온 탐험가와 연구원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더 앞에는 적막에 잠긴 거대 구조물이 있었다.
비록 크레이즐리선이라는 붕괴체는 이미 사라졌으나, 이곳의 붕괴 수치는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붕괴 패러다임의 영향과 붕괴체에 오염될 수도 있는 공포 속에서, 사람들은 겁에 질린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탐험과 연구를 위해, 그들은 이곳에 기지를 건설하고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
사람들의 미지에 대한 탐구 욕망을 막을 수 있는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제사장들이 암호문을 해독하고, 캐스터들이 고탑을 세우고, 엔지니어들이 작업하고 있을 때……
뮤엘시스는 문득 크리스틴이 라인 랩의 힘을 모아 하늘을 뚫기 위해 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이제 식량 문제는 해결됐고, 엄청난 희생의 대가로 이뤄낸 기본적인 붕괴 방지책도 모두에게 공유됐지만, 프로젝트는 여전히 정체된 상태였다.
사람들에겐 아직 고대의 시설을 이해할 지식과 능력이 갖춰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로도스 아일랜드의 그 사람도 전지전능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안정적인 생활 정도는 어떻게든 보장해 줄 수 있지만,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뮤엘시스도 어쩔 수 없었다.
이곳에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했다.
오랜 세월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도움이……
뮤엘시스는 문득 사미에 있는 동포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세속을 멀리하고, 외부인에게 방해받거나 변화하는 걸 원치 않는다. 이 점은 뮤엘시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뮤엘시스 또한 한때 이해받을 수 없을 거라며, 자신을 스스로 물속에 봉인한 엘프가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그녀는 거대 구조물에서 모은 파손된 장치와 의문을 안고 엘프들의 문을 두드려보기로 했다.
……
그런데 의외로 엘프들은 뮤엘시스에게 장치를 고쳐 주겠다고 승낙했다. 이들은 튼튼한 뿌리를 조종하여 부드러운 강철 틈을 꿰매 손상 부위를 특정했고, 손상 상태에 따라 접착제가 될 수도 있고, 복구 재료로도 변할 수 있는 투명한 수액을 사용해 장치를 수리했다.
이 거목의 뿌리는 뮤엘시스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기계보다도 정밀했고, 파손 원인에 대한 엘프들의 정확한 판단으로 장치는 금방 새것처럼 복구되었다.
뮤엘시스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엘프들에게 빙원의 거대 구조물 연구에 참여해 달라고 권했다. 그들의 지식과 조언이 있다면 과학기술은 분명 폭발적인 변화를 이룰 것이라 그녀는 믿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엘프들은 거절했다. 이유는 외부에 대한 불신이나 오만 때문이 아니다. 사미는 아직도 잠들어 있고, 이 땅은 여전히 상처투성이다. 그들에게는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고, 그 사명에 외부에 도움을 주는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
긴 논의 끝에 뮤엘시스는 한 가지 대안을 내놓았다. 바로 그녀가 여기 남아 지식을 배우고, 배운 지식을 기지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그 누구도 데려오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엘프들은 자신의 전통을 지켜나갈 수 있고, 탐험가들도 거대 구조물에 대한 연구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엘프들은 서로 바라보다가 이내 뮤엘시스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들이 이를 허락한 이유가, 수백 년 만에 만난 새 동포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애 때문인지, 최근 격변한 사미 환경에 대한 타협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어쨌든 뮤엘시스에게 있어 이건 새로운 시작임이 틀림없다. 하늘이 뚫리고 무수한 방황의 나날을 거친 후, 그녀는 마침내 엘프를 알고, 자신을 알고,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를 알 기회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