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월간 분대 기록종점이 없는 샛길 3
월간 분대 기록 · 2024.07 월간 분대 · 5층 무결점의 정원
종점이 없는 샛길 3
하지만 결국, 믿어야 할 건 자기 자신이다.
소녀는 불꽃의 인도를 따라 눈보라의 시련을 이겨내고 설원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거기서 소녀는 지하로 통하는 동굴을 발견했다.
동굴 안에서도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들었지만, 그래도 바람은 불지 않았다. 얼음 결정과 암벽이 빚어낸 광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으며, 그 무엇도 이곳의 정적을 깨뜨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소녀는 천천히 깊은 곳을 향해 내려갔다.
거대한 나무의 가지와 줄기가 이곳에서 단단히 얽혀 지층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녹색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고, 고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바위 조각상처럼 보였다.
수르트의 말이 들리진 않았지만, 소녀는 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이 봉인의 중심부가 틀림없다.
소녀는 검을 움켜쥐고 천천히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바위 같은 거대한 나무로부터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검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수르트의 말은 확실히 틀리지 않았다. 이 봉인은 일격에 파괴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고목을 만졌다.
고목의 표면은 차갑고 거칠었다. 왠지 모르게 소녀는 그 샤먼 노파가 떠올랐다.
샤먼 노파가 소녀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초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순간, 새로운 장면이 소녀의 뇌리에 떠올랐다.
익숙한 도시는 잿더미가 되었고, 대지는 끝없는 설원으로 변했으며, 온몸에 화염과 용암을 휘감은 거대한 괴수가 불타는 검을 휘두르면서 호탕하게 웃으며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와 반대로, 빙설로 뒤덮인 거대한 괴수는 온몸으로 화염 괴수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러자 녀석의 피와 사지가 온 대지에 흩뿌려져 하얀 눈 속에 파묻혔다.
자신의 검이 쓸모없다는 걸 깨달은 화염 괴수는 두려움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상대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녀석의 몸은 갈기갈기 찢어져 무참히 짓밟혔고, 빙설 괴수는 자신의 몸으로 화염을 봉인했다……
그렇게 괴수의 근육은 바위가 되었고, 뼈는 커다란 나무가 되었으며, 모든 것이 눈보라 속에 파묻혔다.
그것에 대해, 소녀는 굴욕과 분노를 느꼈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악의를 느꼈다. 그녀의 의식은 수르트의 부름에 의해 겨우 동굴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장 봉인을 풀어!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되찾을 수 없다!”
눈앞의 거대한 나무는 봉인이자 수르트가 증오하는 적의 분신이기도 했다. 수르트는 소녀의 손을 빌려 그때 자신을 물리친 적에게 복수할 생각이었다.
“싫어.”
소녀 자신조차도 수르트가 놀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소녀의 뇌리에 불현듯 샤먼 노파의 미소가 떠올랐다. 설마 처음부터 사미가 자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일까?
그러나 사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거절도, 유혹도, 기만도, 위협도.
사미는 단지 소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사미는 소녀를 믿었기에.
소녀는 자신이 찾고 있던 것을 사미가 대신 찾아주었음을 깨달았다.
“너희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고 누가 옳은지 나는 몰라.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내가 사미에 온 이유는 내가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야. 아쉽지만 여기도 내 고향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이제 알았어. 과거가 없더라도 나는 나야.”
“내가 바로 수르트야. 그리고 이제, 너의 힘과 이름도 모두 내 거야.”
“내가 누구인지 결정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야.”
소녀는 대검을 높게 들어 올렸다.
“너는 나를 이용하려고 했어.”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언젠가 너의 심장, 너의 육체를 찾아낼 거야.”
“만약 앞으로도 내게 명령할 생각이라면, 나는 네 힘을 이용해 너를 완전히 없애버릴 거야.”
침묵 속에서 소녀는 사미의 여정을 끝마쳤다.
소녀는 더 이상 자신의 과거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자신이 분명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소녀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마주할지에 대해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동료들에게 자신은 자신일 뿐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동료들을 위해 사미의 기념품을 준비하자. 소녀도 기꺼이 신경 써서 선물을 고를 것이다.
물론, 다음 목적지도 잊지 않고 정했다…… 카즈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