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분대 기록 · 2024.08 월간 분대 · 5층 무결점의 정원
동족 3
우리의 과거가 우리의 미래가 되기를.
엘프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들에겐 한 영혼을 고뇌 속에서 해방시킬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들이 뮤엘시스에게 길을 가리켜 준 것은 사실이다.
거대 구조물과 얼프들의 거처를 오가는 세월 동안, 뮤엘시스는 엘프들로부터 고대의 지식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엘프들로부터 삶과 그에 대한 책임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자연의 사자로서 가져야 할 친화력……
베헤모스의 자손으로서 가져야 할 신념……
그리고 재난의 생존자로서 선사시대의 전통을 이어받고 계속 지켜내는 모습.
동시에 그들은 뮤엘시스에게, 이는 단지 사미 엘프들의 삶과 책임일 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녀는 무리에서 떨어져 고독 속에서 여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뮤엘시스는 자신만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핏줄을 찾든, 컬럼비아에 그녀의 흔적을 남기든.
모든 게 그녀의 자유였다.
고독은 고통이자 힘이기도 하다.
그들은 뮤엘시스가 자신의 길을 찾아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
그러나 엘프들의 출현은 마치 꿈과도 같았다. 그들은 그녀 삶의 가장자리에 가볍게 나타났다가, 또 어느 순간에 말도 없이 떠나갔다.
여느 때와 같은 방문 이후, 엘프의 거목은 호박을 안고 공동을 따라 지하로 사라져 사미의 품속으로 돌아갔다. 뮤엘시스가 다시 찾아왔을 때, 그곳엔 식물만 가득 자란 공동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혼자일까?
뮤엘시스는 캠프 안에 서서, 멀리서 복구 중인 고리 모양의 거대 구조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했고, 그녀도 똑같이 화답했다.
어쩌면 운명이 그녀 곁에서 많은 걸 빼앗아 갔을지도 모르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자리는 비었던 적이 없었다.
그 자리는 우정, 신뢰와 사명감으로 채워졌다. 그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은 고독만이 아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캠프에 있는 자신의 실험실로 돌아갔다. 거대 구조물이 가동하기까지는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녀는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보살펴야 하고, 붕괴체나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야 했다.
하지만 거대 구조물이 가동되고 실험이 성공하는 순간, 그녀는 아마 가까운 이들에게 조용히 작별 인사를 남기고 혈연의 베헤모스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나설 것이다.
과거에 대해 완벽한 마침표를 찍어야 했기에.
그리고 그 과거의 사물도 어쩌면 미래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
뮤엘시스는 침대에서 서서히 눈을 떴고, 굉장히 오랫동안 잠을 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은 지나치게 현실 같았고, 그녀는 여전히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달력을 본 그녀는 오늘이 바로 블랙홀 협의에 참여하는 라인 랩 관계자의 신체검사 날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직 여정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꿈에 벌써 결말이 나타난 것일까?
그녀는 두 번째 알람이 울릴 때까지, 침대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꿈의 여운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그녀는 일단 생각을 접어 두기로 했다. 얼른 씻고 신체검사를 받고, 짐을 싸서 출발해야 한다.
사미가 그녀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