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은빛 서리 끝자락월간 분대 기록사명 2

월간 분대 기록 · 2024.09 월간 분대 · 3층 여명의 툰드라

사명 2

굽이진 길을 걸으며 발자국을 남긴다.

켈시와 박사는 회의실에 앉아 블랙홀 협의를 실행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항을 정리하고 있었다.

“차파트가 유일한 출발 지점과 보급 지점이 되어서는 안 돼.”

박사는 지도를 꺼내 컬럼비아의 관측소와 사미 부족, 그리고 우르수스 국경 마을의 위치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렇게……” 켈시는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동그라미가 그려진 지점을 마크했다.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몇 년 후에는 빙원에 보급 지점을 세울 수 있을 거다.”

“다음 문제. 붕괴체를 어떻게 상대할 거지?”

박사는 메이랜더 탐사 협회의 교육 자료를 집어 들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새로운 규정을 세워야 해. 붕괴 패러다임 인지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만이 탐사대에 들어갈 수 있어.”

“그리고 탐사대마다 붕괴 패러다임을 정화할 수 있는 대원을 최소 한 명씩 넣어야 하고. 그래야 탐사대의 생존 확률도 높아져.”

잠시 생각을 한 박사는 그런 인재들은 주로 우르수스 혹은 사미 출신이며, 그들의 기술을 한데 모을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일 거라고 말했다.

“양측의 교섭을 준비해 보도록 하지. 만약 붕괴체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면 양측 모두 동의할 거야.”

“잠시 휴식이 필요한가, 박사?”

박사는 손에 든 캔 커피를 흔들며 켈시에게도 한 캔 건네주었다.

“고맙다. 그럼 계속하지.”

“보급선에 관해선 모든 재앙정보전달자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해.”

“내 말은, '모든'이다.”

“각국은 보급품을 국경까지만 운반해 줄 거야. 만약 온 테라의 재앙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면, 잦은 자연재해 때문에 애초부터 취약한 각국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어.”

“……뭐? 두린들과 협력해서 지하 보급선을 만들자고?”

“……그 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네게 맡긴다, 박사.”

“난 각국의 물류 회사에 연락해서 협력을 얻어내겠다.”

“이제, 마지막 문제다.”

“블랙홀 협의를 이뤄내려면, 로도스 아일랜드의 확장은 피할 수 없는 일이야.”

“우리에겐 더 많은 사무소, 더 많은 오퍼레이터가 필요해.”

“로도스 아일랜드의 입장을 감안하면……”

켈시가 이야기를 이어가던 도중, 박사는 감염자 모집 계획안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내용에는 각국에서의 감염자 모집과 황야에서 건설 중인 사무소와 연락소, 각 거점 간 물자 분배 절차와 규정, 각국 정부의 의심을 불식시킬 방법, 그리고 감염자들이 누리게 될 대우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이대로 하지. 내부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아미야의 의견을 구하는 걸 잊지 말고.”

켈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방금 본 자료와 기록들을 한쪽으로 치워놓았다.

“박사, 이만 가 봐. 난 10분 뒤에 피스와 새로운 예비 오퍼레이터들의 훈련 과정에 대해 토의할 예정이라서.”

“여기서.”

박사는 책상 위의 자료를 정리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켈시는 곧게 앉아 호흡을 가다듬으며 눈을 감고 두 회의 사이에 있는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자료를 조심스레 가방에 넣은 박사는 회의실의 조명을 줄인 다음 조용히 방을 떠났다.

……

박사가 다시 회의실로 돌아와 켈시와 회의를 시작했을 때, 박사는 우선 이전 회의의 회의록을 확인해 보았다. 처음에 만들었던 각 방침들은 모두 성과를 거두었다. 보급소는 빙원의 입구 측에 건설될 예정이며, 테라를 잇는 거대한 운송망에는 항상 팀이 오갈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감염자들이 로도스 아일랜드의 제복을 입고 이 온 인류의 탐사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왔나?” 눈을 뜬 켈시가 박사를 바라보았다.

“그럼 시작하지.”

“빙원 끝자락에 관측소를 건설하는 것, 그리고 거대 구조물의 복구 가능성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