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분대 기록 · 2024.09 월간 분대 · 1층 은빛의 호수
사명 1
협력은 꼭 믿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만입니다, 훈작.”
인간의 옷을 입은 금속 인간이 차파트 전망대에서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등 뒤, 전망대의 다른 한쪽에서는 백발의 필라인이 말없이 경치만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허공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만이 남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필라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국 정상회담에서 추진하고 있는 테라 각국의 빙원 공동 탐사에 대해, 대통령님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나, 틴맨?”
“대통령님께서는 공동 탐사를 지지하고 있으며, 메이랜더 재단에 최대한 빠르게 집행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틴맨은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담배를 끼운 손을 난간 위에 올려놓았다.
“컬럼비아의 그 '지지'라는 건, 거부권이 있으면 공동 탐사에 반대표를 행사겠다는 건가?”
“부디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훈작. 국내의 주요 과학기술 기업과 군부가 대통령님께 아주 큰 압력을 주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자들은 사미에서 최대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건물은 상인연합회 소유지.”
“이건 정상적인 비즈니스 거래죠.”
“컬럼비아는 지금 사미 남부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있어, 틴맨. 비즈니스는 그중 일부에 불과해.”
“개척지보다 더 심각한 인원 손실을 감당하고 있으면서도 과학기술 기업은 붕괴로 인한 각종 재난을 연구하고 있어.”
“여러 상황을 내가 일일이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불씨가 거의 꺼져가는 담배를 바라보며 틴맨은 묵묵히 한 모금 피웠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지.”
“대통령님의 구체적인 태도를 알고 싶다고.”
“공동 조사 조건은 충분히 만족스러울 거야. 염국과 우르수스도 한발 양보해 붕괴체와 관련된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어.”
“그런데 컬럼비아는 어째서 망설이고 있는 거지?”
틴맨이 다른 한 손을 코트의 주머니에 넣자, 안에서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대통령님께서는 이미 만국 협력의 마지막 결과를 예상하고 계십니다.”
“빙원 탐사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거둘 겁니다.”
“하지만 각국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를 견제할 것이고, 탐사가 진행됨에 따라 갈등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겠죠.”
“아마 탐사라는 최종 목적을 이루기도 전에, 대지를 휩쓸어 버릴 전쟁이 먼저 일어날 것입니다.”
“컬럼비아의 자유와 영광을 위해서, 대통령님께서는 그 제안을 지지하면서도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계시죠.”
“만약, 대통령님께서 라테라노가 이끄는 국제기구를 불신하는 거라면……” 켈시는 숲을 바라보았다. 숲에 낀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어쩌면 테라 전역에 사업을 두고 있는, 절대 중립적인 비정부 조직이 컬럼비아 나아가 테라 각국의 협력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님?”
틴맨은 주머니에서 대통령 인형을 꺼냈고, 그 인형에서 또렷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컬럼비아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