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의법진무
기준점
해금 조건: 엔딩 '낙장불입' 클리어
엔딩 의법진무
“이건 돌을 소장하는 것처럼 간단한 게 아니야. 풍미라는 건 살아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야. 풍미라는 건 연기이자 바람, 심지어 어떤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어. 그걸 내가 어떻게 소장할 수 있겠어?”
이는 말을 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기괴한 암석 위로 푸른 이끼가 타고 올랐고, 고요한 물은 떨어지는 눈송이를 품고 있었다.
량은 그의 장단에 맞춰 적당히 말을 지어내 대답했다. 어차피 이도 그저 바쁠 때 수다를 떨 상대가 필요했을 뿐이니까.
“틀렸어!” 역시 그는 아주 기뻐했다. “'풍미'를 추구한다는 시점에서 이미 그 맛은 변질되고 마는 법이지. 매서운 바람이 바위를 깎고, 눈밭에 발을 디디는 혼비스트가 풍미 따위를 고려한 적이 있을까? 풍미를 무작정 강구한다면 오히려 그 본연의 맛을 잃게 돼. 지금처럼 적당히 타협하는 방식이 오히려 딱 좋아…… 어디 보자, 여기…… 개울 하나 더 트는 게 좋겠다. 산이 있고 물도 있으니까, 기가 모이고 생명도 탄생할 수 있지. 음, 아주 절묘해!”
'정원' 건설이 끝나자, 량은 차 한 잔과 밀전 한 접시를 이에게 올렸다. 이는 혼비스트 위에 걸터앉아, 녀석의 걸음에서 전해오는 흔들림에 몸을 맞긴 채, 자신의 성과를 흥미롭게 감상했다.
사실 이 혼비스트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숲속 오솔길에 이끌려 온 것이었다. 산으로 둘러 싸인 이 울창한 숲은 사미의 툰드라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이한 바위들이 숲을 이루고 향긋한 풀들이 그 사이사이에 자라난 것이, 실로 각별한 풍경이었다. 혼비스트가 고개를 숙여 풀을 뜯자, 한 장의 분홍빛 '잎'이 그 찰나의 인연을 타고 뿔 위로 떨어져 내리더니, 이내 인간의 형상으로 변모했다. 감상하는 사람의 시점에서 이 '정원'은 혼비스트와 서로 어우러져 근사한 정취를 자아냈고, 혼비스트의 시점에서는 이곳이 성대한 만찬을 제공했으니, 그야말로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었다. 녀석이 발굽을 놀려 숲의 가장자리에 이르렀을 때, 그 '잎'은 다시 나뭇가지로 돌아가 다음 인연을 기다릴 것이다.
……
이는 자신이 아끼는 고목 화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잎사귀 하나가 마치 툰드라의 바람이라도 맞은 듯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고목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잎이 달려 있었다. 개중에는 뜨거운 모래바람의 기운을 머금은 것도, 눅눅한 바다의 비린내를 풍기는 것도 있었으며, 멸망한 나라의 유채 물감 냄새가 짙게 배인 것도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이 대지 곳곳에 흩뿌려진 은밀한 신표와도 같았다.
이가 본업에 소홀할 때면 량은 늘 한마디씩 잔소리를 거들곤 했지만, 이가 고목 화분을 만지작거릴 때만큼은 절대 방해하지 않았다. 계원에는 겹겹의 책무가 부여되어 있고, 이는 계원의 주인으로서 능묘를 짓눌러야 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남길 수 없는 사당과 비어 있는 두루마리와 책장, 그리고 혀끝에서 맴돌 뿐인 그 이름을 마주하면서…… 당초 이가 바랐던 건 그저 조용하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꾸밀 수 있는 정원이었다. 그러나 이 정원이 세상에 속한 이상, 어찌 속세와 동떨어져 홀로 고고하게 존재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결국은 세상의 풍물과 뒤엉켜, 수천수만 갈래의 인연을 맺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 그루의 고목이 천하의 절경을 모두 담을 순 없다. 하지만 초목은 볕을 머금고, 뿌리는 물을 흡수하며, 짐승의 발굽이 오솔길을 밟고 지나가니…… 어찌 이 작은 고목으로 천하의 풍미를 맛볼 수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이를 이 세상에 데려온 것이, 그저 고목에 서린 '쉐이' 기억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면, 가지 끝에 돋아난 저 분홍빛 잎새들은 그가 거쳐온 길이자, 눈에 담았던 풍경이며, 그가 들이마신 숨결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이가 어찌 이 고목을 싫어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