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낙장불입
붕괴
해금 조건: 왕래처의 운명의 암시에서 특정 선택지를 선택해 클리어
엔딩 낙장불입
이 완전무결한 질서 속, 염국의 어느 외진 구석에서 한 노인이 횃불을 높이 들어 올렸다.
어둠이 내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 이글거리는 횃불에 이끌렸을 때, 그들은 염국의 지난날을 보았다.
그들은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백씨지란의 종결, 대사냥, 그리고 진룡이 가져다준 부흥의 이야기를.
지금, 타오르는 이 불빛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던 추구, 목표, 그리고 의문에 불을 지폈다.
전지전능한 진룡이 모든 것을 기록해 두었기에, 그들은 의존하는 법만을 배웠고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게 되었다.
통치자가 백 년 동안이나 침묵했건만, 이토록 비상식적인 일에 대해 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불꽃은 그 침묵에 대한 모든 이들의 염증을 태워버렸고, 사람들은 앞다투어 노인의 횃불에서 불을 옮겨 붙인 뒤, 그 작은 불을 들고 백조를 향해 나아갔다.
관리와 병사들이 횃불의 무리를 막으려 했으나, 그 불빛이 자신들 내면에 숨겨져 있던 의구심까지 비추자, 사람들이 계속 전진하도록 길을 터주었다.
그리하여 횃불을 높이 치켜든 거대한 대열은 염국 각지에서 백조로 흘러들어 궁전 앞에 집결했고, 그들의 눈앞을 가로막은 최후의 장벽을 불빛으로 비추려 했다.
금위군.
그들은 진룡의 가장 충성스러운 호위무사이자, 궁전 봉쇄령의 실질적인 집행자들이었다.
지난 100년 동안 세대가 몇 번이고 바뀌었으나, 그들은 변함없이 백조의 텅 빈 중심을 지켜왔다.
진룡은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한들, 궁전이 조용하다 한들, 그들은 여전히 입구를 지키며 그 누구의 출입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횃불은 그들의 맹목적인 복종을 비추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의문을 일깨웠다.
결국 금위군은 뜻을 굽혔다.
오랫동안 먼지 속에 봉인되어 있던 대문이 열렸고, 사람들은 횃불을 든 채 궁전으로 들어가 진룡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건물을 불태우거나 재물을 약탈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진실이 알고 싶었다.
진룡이 더 이상 친히 백성을 이끌기를 원치 않는 건가? 아니면, 이미 오래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건가? 이것은 횃불을 든 모든 이들의 공통된 의구심이었다.
방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그곳에 남아 먼지를 쓸고 가구를 닦으며, 먼지 속에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만들었다.
마침내 궁전의 문이 활짝 열리고, 불빛이 오랜만에 그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마주한 것은 옥좌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용포와 관뿐이었다.
……
계원의 정상, 의식을 거행하던 바로 그곳에서, 수염과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만큼 긴 남자가 검은 옷에 백발을 한 노인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바둑판은 쉐이를 진압하던 제단 위에 놓여 있었고, 제기를 올려두던 돌 받침대는 의자가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바둑 속도는 매우 빨랐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승부가 났고, 승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남자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승리했음에도 딱히 기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로 저 노인이 염국이라는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져, 100년의 침묵 속에 있던 그를 억지로 끌어냈기 때문이었다. 비록 노인이 자신과 동등한 심지와 능력을 갖추었다 한들, 별에 닿고자 하는 그 소망을 이루기에는 여전히 부족할 터. 그렇다면……
“원하는 게 무엇이냐?”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실명한 한쪽 눈은 거의 하얗게 세어 있었고, 다른 한쪽 눈은 먹물처럼 새카맣게 죽어 있어 한 점의 빛조차 없었다.
“도움이 필요하다, 총웨.”
총웨라고 불리는 남자, 한때 진룡이었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눈앞의 노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것은 그가 진룡이 되기 전 스스로 지은 이름이었다. 이제는 자신 빼고 아무도 기억하는 이가 없을 터였다.
노인은 바둑판에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두었던 흑돌을 집어 총웨에게 건넸다. 그의 손끝이 바둑돌에 닿은 순간, 주변의 풍경이 마치 유화의 물감처럼 녹아내리더니, 발밑의 청산과 잠들어 있는 쉐이의 거대한 몸뚱이만이 남았다.
그의 위업, 그의 저항, 그의 좌절은 모두 쉐이가 잠든 사이에 꾼, 보잘것없는 상상에 불과했다.
“의문을 품어본 적 없나? 진화를 기반으로 하는 베헤모스가, 어째서 대리인이 변화 속에서 스스로 침묵을 택하도록 내버려 두는지?”
“그게 지금 네 모습을 만들었고, 네 미래를 지워버렸다. 침묵 속에서 그는 오만가지 방법으로 너를 날카로운 칼날로 연마할 것이고, 염국을 찌르고 배신자들을 사냥하게 만들 수 있다.”
“그는 쉐이 대리인들의 기억을 융합해 이 모습을 빚어냈고, 지금 네 형태와 모양은 그의 가장 큰 치욕이자 우리의 맏형인, 유일하게 새로운 삶을 얻은 대리인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어둠 속에서 파멸의 화신이 어른거렸고, 노인은 요동치는 허공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진화해 왔기에, 계책만으로는 전부 헤아릴 수 없다. 어쩌면 상상 속에서 수많은 네가 잉태되고 있을지도, 내가 미처 보지 못한 흉계가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쉐이가 우리의 저항을 찢어발기기 위해 너를 준비했다면, 너도 그의 음모를 산산조각 낼 수 있을 거다.”
“과연……”
파도가 밀려오자, 이 상상 속의 마지막 한 조각 현실마저 휩쓸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