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의 기이한 계원결말 기록회수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장권유흔

회수

해금 조건: 엔딩 '낙장불입' 클리어

엔딩 장권유흔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 황폐한 사원 앞. 모닥불 위엔 묽은 죽 한 솥이 끓고 있었고, 한 서생이 모닥불과 뜨거운 죽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불타고 있는 그 '장작'은 다름 아닌 글자가 빼곡한 죽간이었고, 선명한 노란 불꽃이 죽간 위의 글자를 하나씩 집어삼키고 있었다.

“정말 안타깝네요……”

서생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느새 자신 곁에 나타나 말을 건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불청객은 정중히 예를 갖춰 인사하고는 자신을 '지에'라고 소개했다. 본인은 잊혀버린 것들을 수집하는 기록자로서, 오랜 세월 흩어져버린 베헤모스의 사상을 수집 및 편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은 베헤모스 곁을 지키던 '서동'을 찾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록은 솥 밑에서 불타고 있었다.

“선생께선 선사를 떠나신 후 줄곧 그 죽간 상자를 짊어지고 다니셨는데, 지금 모두 태워버린 걸 보니, 고충이 있었나 보네요. 비록 저의 배움은 부족하나, 부디……” 서생이 씽긋 웃자, 지에는 말을 멈췄다.

“특별한 고충이 있는 게 아닙니다. 날이 추워서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썼을 뿐이죠” 서생은 태연하게 죽을 한 그릇 퍼서 지에에게 건넸다. 그러나 지에는 그 말을 듣고 한참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설마…… 사본을 갖고 계신 겁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불 속에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지에는 정색하며 답했다. “선생께서 선사를 모시며 직접 정리하고 기록한 상고 시대 베헤모스의 사상을 보았습니다. 이건 문학적으로든 역사적으로든,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귀중한 자료입니다.”

“그럼, 눈을 감는다면요?”

눈을 감고 어찌 사물을 본단 말인가? 지에는 망설였지만, 이내 눈을 감았다. 그러자 죽간에 남은 글자는 전부 사라지고, 대신 타오르는 모닥불의 윤곽만이 뚜렷하게 남았다.

“선생께서는 이 죽간들이 그저 불쏘시개나 다름없다는 겁니까? 죄송합니다만…… 저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서생은 머뭇거리더니 혼자 중얼거렸다. “도는 말로 전할 수 없는 법이니, 이 죽간은 태워서 몸을 녹이는 데 쓰는 편이 더 쓸모가 있지요.”

순간, 할 말을 잃은 지에는 자신의 우둔함을 탓하며 서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서생은 난처해하는 그녀를 보고 미안한 듯 읍을 하며 말했다. “제가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부디 지에 낭자께서 이해해 주십시오. 선사께서는 일찍이, '욕심을 비워야 그 오묘함을 볼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 있습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과하게 집착해서는 몸소 도를 행할 수 없는 법이지요.”

지에는 머릿속에서 빠르게 생각하더니, 손에 쥐고 있던 수첩을 갑자기 들었다. “이걸 보세요.” 그녀는 '종이'라는 게 무엇인지 설명하고는, 표지에 적힌 '동장록'이라는 세 글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게 농사를 짓는 여동생이 있는데, 씨앗은 싹이 트는 것으로 한 번 태어나고, 시들어 흙으로 돌아가 새로운 씨앗을 틔우는 것으로 다시 한 번 태어난다고 하더군요. 사상이 붓끝에 맺히는 것 또한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제 눈에 이 종이들은 바로 그런 생명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선생의 눈에는 또 무엇이 보이십니까?”

“좋은 글이군요.” 서생이 유쾌하게 말했다. “허나, 표지의 글은 반듯하기는 하나 곱씹어 볼 맛이 없어, 안쪽에 있는 글보다는 못하군요.”

그가 가리킨 것은 수첩 안에 있는 엉망으로 휘갈겨 쓴 부분이었다. 지에는 듣는 대로 바로 적는 습관이 있는데, 희귀한 역사 자료일수록 흥분하여 적다 보니 다섯째 동생보다 더 지독한 악필이 되어, 나중에 자신이 쓴 글씨조차도 한참을 봐야 겨우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페이지는 하필이면 가장 귀중한 역사 자가 적혀있는 페이지였다.

“종이에는 거침 없이, 마치 춤추는 듯한 붓놀림이 가득하고, 종이에 없고 마음속에 있는 건 벅차오르는 환희 같군요. 이 글은 보고만 있어도 사람을 기쁘게 합니다.”

그와 눈을 마주친 지에는 그 뜻을 이해한 듯, 안심하며 웃음을 지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우둔했습니다. 선생께선 지행합일로서 선사의 도를 몸소 행하고 계신 건데, 저는 그저 저를 가지고 장난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정말 보람찬 배움이었습니다.”

그제야 그녀는 서생 곁에 자리 잡고 앉아, 무릎을 맞대고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의 붓은 날아갈 듯 빨랐고, 종이는 금세 빽빽한 글씨로 가득 찼다. 자신을 찾기 위해 먼 길을 헤쳐왔다는 지에의 얘기를 듣고, 서생은 탄식했다. “도는 자연을 본받는 법이거늘, 굳이 애써 남기려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설령 흩어져 사라진다 해도, 그 또한 자연의 섭리뿐인 것을……” 지에는 그 말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받아 적었다. 이러한 집착에 서생 역시 그녀가 이토록 기록에 매달리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지에는 서생에게, 선사께서 바라보신 도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물었다. 서생이 그녀의 뜻을 따라 붓끝을 건드리자, 순간 대지는 산산조각 난 수천만 개의 찬란한 빛무리가 되어 흩어졌다. 그것은 별깍지 너머의 우주였다. 이것이 바로 '그'가 이 대지 위에서 목격한 최초의 풍경이었다. 수만 년의 세월 동안, 오리지늄이 불러온 재앙은 바람의 길을 바꾸었고, 해류 속의 생명들은 새로운 조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격변 속에서도 영원히 변치 않는 풍경이었고, 그 신묘한 이치를 헤아려 도라고 불렀던 것이었다.

그 후, 인류는 그에게 다가갔고, 문자를 가져왔다. 붓끝에 실린 뜻 하나가 사상의 닻이 되어, 고대 베헤모스 머릿속에 떠도는 우주, 조류, 거센 바람을 먹에 담았다. 사상은 문자로 인해 형체를 얻었고, 그녀 또한 그로 인해 지금의 그녀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사심은 무엇인가? 대사냥 이후 베헤모스가 침묵하던 시대에 태어났으나, 그녀는 베헤모스와 인간이 깊이 교감했던 그 찬란한 시대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쉐이'는 그저 방관자에 불과했으나, 두 종족이 부딪히며 얼마나 눈부신 불꽃을 피워 올렸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사상의 씨앗만 남겨둔다면, 서로를 이해할 가능성 또한 남게 된다. 그러니 언젠가는……

“선생 같은 분과 이토록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니, 참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지에의 눈동자가 반짝였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선생께서도 저와 같은 마음인 듯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수백 년이 지나 이곳에서 선생을 뵐 기회조차 없겠지요.”

수백 년이 지나……?

서생은 꿈에서 깨어난 듯했다. 타오르던 모닥불은 언제 꺼졌는지 온데간데없었다. 아니, 그것은 죽간이 다 타버리기 전에, 불을 붙였던 이가 차마 다 태우지 못하고 아쉬움 속에 황급히 꺼버린 흔적이었다. 불은 이미 수백 년 전에 꺼져 한 줌의 흙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속에서 타다 남은 잔해를 조심스럽게 발굴해 냈으니, 그것은 바로 미처 다 타지 못한 몇 조각의 죽간이었다. 겨우 한두 점 남은 필적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뜻을 읽어낼 수 있다면 글쓴이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 그 참뜻을 헤아릴 수 있다. 불이 꺼진 잿더미 곁에 있는 저 소녀는, 얼굴에 묻은 흙먼지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손에 쥔 죽간 조각들을 보물처럼 소중히 받쳐 들고 있었다.

“당신도, 스승님과 같군요……” 서생의 모습이 안개처럼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의 염국 땅에서…… 이 책들을 읽을 사람이 있습니까?"

“겨울의 갈무리는 봄의 탄생을 위함이지요. 지금 씨앗을 잘 간직해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온 들판에 꽃이 만발할 것입니다.”

서생은 긴 탄식을 남기더니, 물에 번지는 먹물처럼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