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의 기이한 계원결말 기록흘러가듯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장권유흔
흘러가듯
해금 조건: '쉐이'가 발동한 [불면]이 5회 이하인 상태에서 엔딩 클리어
엔딩 장권유흔
진무식이 끝난 뒤, 사당 안팎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망각은 이미 시작되었고,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사당에 모셔진 초상화의 파손된 부분 하나하나는, 완전히 잊힌 과거를 의미했다……
……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어느 늦가을 저녁, 천둥과 번개가 구름 속에 둘러싸여 심장 박동처럼 둔탁한 소리를 냈다……
쉐이 능묘에 불청객이 찾아왔을 때, 그 소리를 가장 똑똑하게 들은 건 오직 그녀뿐이었다. 지하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고동은 깨어남의 전조였고, 그녀의 친족들조차도 아직 그 징후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감시를 피해 능묘의 지하의 깊숙이 들어갔다.
한 줄기 번개가 번쩍이자, 천지가 흔들리면서 초상화의 심장 부분이 떨어져 사라졌다.
……
그리고 어느 추운 겨울날, 얼음 결정 하나가 바람을 타고 흩날리다 결국 초상화의 눈 위에 내려앉았다……
쉐이 능묘의 대문이 활짝 열렸고, 왕은 그 안에 있었다. 그녀는 오라버니에게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을 거라 믿고 싶었지만, 그가 쉐이 능묘에 발을 들임으로써 쉐이가 깨어난 건 확실했다. 그리고 이번이 쉐이 대리인이 처음으로 그의 곁에 돌아온 순간이기도 했다. 설마 왕이 자신들에게 씌워진 쉐이의 굴레를 영원히 끝내고 싶었던 것일까? 그녀가 오라버니의 계획을 불신하는 건 아니었지만…… 만약에 실패한다면? 싸늘한 기운이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올라갔다.
그녀는 대비해야만 했다.
빙설이 초상화의 눈을 가렸고, 이듬해의 따스함 속에서 함께 녹아 사라졌다.
……
곧 여름이 다가왔다. 뜨거운 날씨는 공기 중의 수분을 말려버렸고, 초상화의 입 부분에는 금세 균열이 생겼다……
그녀가 바랐던 성공은 오지 않았다. 왕이 쉐이 능묘에 들어오기 전에 어떤 준비를 했든, 지금의 다급한 상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고, 가장 둔감한 동생들조차도 이제는 천둥 같은 고동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가 깨어날 징후는 점점 더 뚜렷해졌고, 인간들은 절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필시 단호하고 신속하게 이번 사태를 해결할 것이다. 마치 예전에 쉐이를 쓰러뜨렸던 것처럼. 그녀는 이것만큼은 확신하고 있었다. 다만……
생명이 도탄에 빠지고, 시신이 들판을 뒤덮으며, 열에 하나도 남지 않게 되는…… 과거의 비극이 다시 반복되게 할 수는 없다.
그녀는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초상화의 입 부분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 제사상 위로 떨어진 후 산산이 부서졌다.
……
또다시 가을이 찾아왔다.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고, 귓가에는 울부짖는 바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한 줄기 바람이 초상화의 떨어진 틈 사이로 파고들어, 원래 불완전했던 초상화를 더 불완전하게 만들었다……
쉐이 능묘의 석문이 부서지고, 쉐이의 거대한 몸집이 지하 공간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준비를 하고 있던 인간들은 공격을 개시해, 쉐이가 일으키는 피해를 능묘 속에 가두려 했다.
그는 예상만큼 강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공격할 의지도 별로 없어 보였다. 다들 의아해했지만, 쉐이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아 힘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은 공격을 퍼부었다. 지촉인, 천사, 금위군이 쉐이를 몰아붙이자, 그 베헤모스는 곧 지친 모습을 보였다. 계원에 박아둔 진릉목과 술법이 함께 작용해, 쉐이를 그 자리에 가둬버렸다. 그 후, 수많은 천사들이 힘을 합쳐 시전한 오리지늄 아츠가 베헤모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 순간, 모두가 '쉐이'의 몸 안에 감춰져 있던 진실을 목격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쉐이'가 요란하게 쓰러지면서 그 진실은 그녀가 세상에 남긴 수많은 흔적과 함께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초상화는 더 이상 거센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커다란 조각이 뜯겨나가 사방으로 흩날리다가 결국 행방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
초상화 앞의 제사상에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제물이 올려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한 묵비가 놓여 있었다. 그림을 잘 그렸던 여동생처럼, 그녀 역시 먹을 다루는 데 능숙했으니, 아마도 그녀에겐 가장 어울리는 공물이었을 것이다.
햇살이 쏟아지고, 먼지가 떠돌며, 초상화는 또다시 떨어져 나갈 조짐을 보였다.
망각은 멈출 수 없다. 또 한 장의 종잇조각이 초상화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 조각은 공중을 떠돌며, 한 번씩 뒤집힐 때마다 아무도 모르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름을 버리고, 그것을 '쉐이'로 대신했을 때, 그녀는 스스로 망각의 태엽을 돌렸다.
하지만 이것은 필요했다. 친족들이 살아남을 수 있으니.
하지만 이것은 필요했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수 있으니.
하지만 이것은 필요했다. 미래는 이미 심어졌으니.
그녀는 모든 소망을 타인에게 맡겼다. 비록 그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그래서 그녀는 기꺼이 잊히는 것을 받아들였다.
……
종잇조각은 한참 동안 공중을 떠돌다가, 묵비 위에 내려앉았다.
빗방울이 튕기며 종잇조각은 먹빛으로 물들었다.
이제 더 이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떤 계절이 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