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흑백현묘
재개
해금 조건: 엔딩 클리어, '단수' 상태에서 쓰러진 오퍼레이터 수량이 20명 이하
엔딩 흑백현묘
한 정자 안에서 두 기사가 대국을 두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흑을, 흰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은 백을 집었다. 대국은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다음 수를 어떻게 둘지 고민하고 있었다. 과거의 그였다면 진작에 다음 수를 생각해 냈겠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왕 선생님?”
왕은 여전히 대국 속 변화를 고민하고 있었다.
쉐이 사건이 일단락된 이후, 그와 그의 형제자매는 모두 권능을 잃었다. '계략'이 사라진 그는 이전처럼 고금의 일을 꿰뚫어 볼 수 없게 되었고, 과도한 고민 후에 찾아오는 피로와 고통은, 그에게 자신도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수시로 상기시켜 주었다.
왕이 한 수를 두었다.
흰 두루마기의 청년이 깊은 생각에 빠지자, 왕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는 곧 이런 생소한 감정에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이건 다행인가, 아니면 자만인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잠시 후 그의 마음속엔 또 다른 의혹이 생겨났다. 바로, 상대가 예상치 못한 곳에 수를 두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왕은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더 이상 그때처럼 단번에 억만 가지 변화를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이번 판은 또 반드시 이겨야 했고……
그는 반드시 그 빈 두루마리를 얻어야 했다.
1시진 전, 왕은 화방에서 그 두루마리를 보았다. 아무런 글자도, 그림도 없었지만, 그것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두루마리에서 흐릿한 초상화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게 왕이 그 두루마리를 사려던 순간, 또 다른 구매자가 나타나 가격을 물었다. 누가 먼저 왔다고 할 수도 없었고, 서로 양보할 생각도 없던 두 사람은, 결국 화방의 뒤뜰에 있는 정자에서 바둑으로 승부를 겨루기로 했다.
……
어느덧 대국의 후반에 이르자, 해도 거의 지고 있었다. 화방 주인은 두 사람에게 등불을 켜주고, 곁에서 이 마지막 몇 수로 승부가 갈릴 대결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차례가 된 사람이 아직까지 수를 두지 않아, 화방 주인 또한 어리둥절해했다. 화방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우려던 찰나, 왕이 상대에게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흰 두루마기의 청년은 머리의 땀방울을 닦으며 바둑판에 돌을 올려놓은 뒤, 양손으로 왕의 손을 잡았다.
“이번 판은 두 사람이 호각인 것 같은데, 계속 두지 않으실 겁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볼 땐, 여기 왕 선생님도 저처럼 모든 변수를 계산해서 결과를 알게 되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 그림은……”
흰 두루마기의 청년은 주인으로부터 그 그림을 건네받아, 또 두 손으로 왕에게 바쳤다.
왕은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방금 선생님과 그림을 다툰 건, 선생님께서는 바둑을 잘 아시는 분 같아서, 대국할 기회를 얻고자 이런 하책을 낸 거였습니다. 실례가 있었다면,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바둑을 잘 모른다.” 왕은 일어나서 두루마리를 받았고, 동시에 지갑을 꺼내 화방 주인에게 돈을 지불하였다. “그저 오랫동안 두다 보니, 자연스레 요령을 알게 된 것일 뿐. 더군다나, 이 판은 내가……”
“그저 기력을 겨루는 것일 뿐이니, 선생님께서도 승패에 연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흰 두루마기의 청년이 왕의 말을 끊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바둑을 좋아했습니다. 비록 약간의 재능이 있어, 패보다 승이 많긴 했으나, 최근 몇 년 동안은 승부보다는 대국의 변수를 계산하는 것을 더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국을 보니, 선생님께서는 비록 기력이 약간 떨어지시긴 하오나, 워낙 계략이 깊고 또 다양한 수를 내셔서, 저도 아주 즐겁게 둘 수 있었습니다.”
“훗날 연이 닿는다면, 선생님과 정정당당하게 대국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백조에 가서 과거 시험을 봐야 하오니,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눈앞의 바둑판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던 왕은 자신의 계산대로 계속 돌을 놓아보았다.
청년과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이 대국은 분명 자신이 청년에게 패하는 결과였다. 그러나……
만약 청년이 뒀던 자리에, 자신이 뒀더라면…… 어쩌면 판을 뒤집었을지도 모른다.
왕은 화방 주인과 작별한 뒤, 객잔을 찾아 머물렀다.
몇 년 전에는 왕에게도 호적수가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바둑을 두었지만, 서로의 정체는 알지 못했다. 그때도 그 사람은 백을 집었고, 천지라는 바둑판에서 왕과 호각을 이루었었다. 공교롭게도 지금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는 건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왕에겐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왕은 두루마리를 펼쳤다. 위에는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몸에 지니던 호박석 목걸이를 두루마리 위에 올려놓았다.
이 호박석 안에는 어떤 서화의 조각이 하나 들어 있었다. 견자사의 그 그림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기 전, 이가 마지막 조각을 호박석에 넣고 왕에게 남겨주었다.
이제, 이것은 그가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되었다.
호박석이 두루마리를 스치자, 한 여성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났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들이 다시 머릿속에서 교차하기 시작했다.
쉐이는 이미 사라졌다. 만약에 형제자매들이 모두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잊힌 그의 여동생도 혹시 염국 땅 어딘가에서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