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의 기이한 계원결말 기록천문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흑백현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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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조건: 엔딩 '낙장불입' 클리어

엔딩 흑백현묘

두터운 흙에서 비롯된 의지들은 모두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실이 허가 되고, 허가 실이 되었다. 그들은 짐승의 형태를 버리고 이 대지의 산천과 하류가 되었다. 이후 산천은 피부가 되고, 하류는 혈맥이 되어, 이 대지가 그의 실체가 되었으니, 그가 바로 테라…… 테라라는 이름의 베헤모스가 되었다.

마치 파울비스트가 알을 깨고 나오듯, 그는 자신을 감싸고 있던 별깍지를 찢어발기고, 필사적으로 중력의 구속을 떨쳐내, 자유롭고도 외롭게 깊고 끝없는 태허의 심연을 향해 흘러갔다. 그는 수천 년, 수만 년 동안 이 도망을 이어갔다. 시간은 테라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는 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위협이 사라지는 그날을 기다릴 뿐이었다.

대국이 여기까지 이르렀으나, 왕은 손에 쥐고 있던 바둑돌을 결국 내려놓지 않았다. 거대하고 잿빛으로 바랜 슈퍼컴퓨터 군집은 마치 생기 없는 눈처럼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모든 훌륭한 구경꾼이 그러하듯, 녀석은 말없이 지켜만 볼 뿐이었다. 왕이 주저하는 사이, 화면에 한 줄의 자막이 나타났다……

성공률: 0

긴 침묵 끝에, 그 절대적인 '무'를 대표하는 숫자 옆에 네모난 소수점이 튀어나왔다. 그 뒤로 더 많은 0이 줄지어 나타났고, 결국 셀 수 없이 많은 0의 행렬 끝에 마침내 0이 아닌 숫자가 나타났다. 이것이 녀석의 계산 결과이자, 왕의 수읽기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결말이었다. 빈틈 하나 없는 파멸의 운명 속에서 찾아낸, 더없이 귀중한 한 가닥의 생존 기회였다.

왕은 손에 든 바둑돌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발치에는 이미 수천수만 개의 버려진 돌이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이 정도 결말을 쟁취해 냈으니, 이는 마땅히 '무승부'나 다름없었다. 수만 번의 추론과 실패 끝에 가까스로 쟁취해낸 무승부였다……

하지만 왕은 결국 그 돌마저 미련 없이 버려진 돌무더기 속으로 던져버렸다.

새로운 추론을 진행하는 걸까?

구경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면에 의혹을 내비쳤다.

그림자 달에 오른 왕은 이 구경꾼 앞에 마주 앉아, 테라를 위한 큰 이득을 꾀하고자 했다. 아니, 왕의 가족이 더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끝없이 사랑하고 감상해도 끝이 없던 인간 세상을 위한 큰 이득을 꾀하고자 했다. 테라가 하나가 되고, 테라인들이 테라라는 베헤모스의 대리인이 된다 한들, 그렇게 재앙을 피한다 하더라도 산은 여전히 산이고 흙은 여전히 흙인데, 그 혼돈의 의지 속에서 과연 몇 명이나 다시 본래의 인간으로 분리되어 나올 수 있을까? 왕의 가족은 이미 탁류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고통을 질릴 만큼 맛보았다. 만약 그녀가 이 속셈을 알게 된다면, 그녀의 미간에는 분명 근심이 서렸을 것이고, 귓가의 잔마리를 정리했을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교묘한 말로 그를 일깨워 주려 할 때 나오는 버릇 같은 동작이다. 한 가닥의 생존 기회라고 하지만, 문명이 열에 하나도 남지 않는다면, 그가 혈육들만이라도 온전히 남길 방도를 찾아낸다 한들, 그녀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왕 자신은? 그가 언제 혈육들의 충고를 그리 신경 썼던가? 그는 당연히 이기고 싶었다. 천지가 개벽한 순간부터 세상이 소멸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만나기 힘든 적수가 또 어디 있겠는가. 어느 기수가 이러한 적을 이기고 싶지 않겠는가? 이 승리를 위해 그는 그림자 달에 묵묵히 앉아, 머리가 하얗게 세고 심신이 모두 바스러질 때까지 끊임없이 수를 읽었다. 천기를 엿보는 일에는 으레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

하지만, 과연 승리란 무엇일까? 그날의 후회와 원한은 수백 년간 가슴속에 맺혀 있었다. 그 한 가닥의 '기회'를 위해, 그 생명들의 '존속'을 위해, 눈앞의 이 인간 세상을 그 탁류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걸까? 어쩌면…… 별로 지루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이 인간 세상을.

아무래도, 이 기계의 판단도 별로인 듯했다. 이 결말은 그의 눈에는 완벽한 패배일 뿐이었다. 그는 새로운 바둑돌을 집어 들고, 또 한 번의 추론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