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의 기이한 계원결말 기록복수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낙장불입

복수

해금 조건: 관련 소장품 획득 필요

엔딩 낙장불입

혼돈이 갈라졌고, 어둠이 걷히며 빛이 찾아왔다.

석대 위의 향로에서는 옅은 연기가 한들한들 피어올랐고, 석대 아래 더 깊은 곳에 있는 베헤모스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고, 이내 한 줄기 연기가 되어 향로의 구멍에서 피어올라, 지촉인과 금위군의 머리 위를 스치고, 능묘를 봉인한 석문을 지나, 백조의 상공을 넘어 저 먼 곳으로 흘러갔다.

그는 쉐이의 유일한 대리인이자, 쉐이의 가득 찬 분노를 짊어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였다. 그러므로 그의 사명은 인간, 그리고 진룡이 신을 배신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었다.

금위군의 포위망과 지촉인의 수색, 천사의 함정까지 모두 따돌린 그는 홀로 대지 위를 걸었다. 이미 대사냥이 증명했듯, 베헤모스의 힘만으로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기꺼이 인파 속에 섞여들어 인간들 자신의 사회와 질서를 이용해, 그들이 창조한 모든 것을 불구덩이에 던져넣으리라.

……

대사냥이 끝난 후 민생은 피폐해졌고, 유민과 도적 떼가 들끓었다. 백씨지란을 수습하며 겨우 모아둔 국고는 바닥이 났지만, 정작 대사냥이라는 것은 영토를 넓히거나 나라를 지키는 전쟁이 아니었다. 먼 훗날의 사람들은 이것이 천추에 남을 위업임을 알 테지만, 당장 이때는 진룡의 일념 하나로 시체가 천 리를 뒤덮었고, 고대의 질서는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에 눈에는 베헤모스를 도륙했다는 공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기 손에 들린 흰 죽이 밥알이 훤히 비칠 만큼 묽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바로 이러한 난세 속에서, 한 영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염씨 방계의 후손으로, 대사냥 때 가문이 모든 것을 쏟아부은 끝에 혼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는 본디 가문의 공적을 내세워 백조에서 한가로운 종친 노릇을 할 수도 있었으나, 속지의 유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를 택했다. 도적 떼와 맞서 싸울 때는 거침없이 앞장섰고, 식량을 나눌 때는 가장 마지막에 받았다. 시간이 흐르자 유민들은 모두 그를 존경하며 따랐고, 자신들의 우두머리로 추대했다.

여정 내내, 그와 칼을 맞댄 도적들은 모두 그의 부하가 되었고, 그와 말을 섞은 관리들은 모두 그의 벗이 되었다. 무리는 점점 거대해져 조정조차 이것이 또 다른 반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느낄 정도였다. 허나 관리들은 이내 깨닫게 되었다. 그를 따르던 이들이 하나둘 재물과 식량을 챙겨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세력은 급속도로 불어났지만, 또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었다. 마침내 이 기이한 인물은 염국의 수많은 선정사를 누비며, 실질적으로 조정을 대신해 환란을 잠재우고 백성을 보살폈으니, 그야말로 혼란의 시대를 부흥의 서막으로 뒤바꿔 놓은 셈이었다. 그리하여 그가 마지막 유민 무리를 이끌고 금의환향했을 때, 조정은 그를 백조로 불러들여 관직을 내렸다.

……

수십 년 후, 그 영재는 염국의 팔과 다리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선대 진룡이 붕어한 뒤 즉위한 진룡은 많은 일을 그의 결단에 의지했고, 조정 안팎은 온통 그의 문하생과 옛 관리들로 가득 찼다. 태자는 그의 겸손한 제자였고, 육부의 고관대작들은 대부분 그가 젊었을 때부터 따르던 지지자들이었으며, 변방의 장수들은 과거 그와 함께 전장을 누비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였다. 문인 묵객, 대소 관리에서부터 일반 백성과 각계각층의 인재들에 이르기까지, 염국 전체가 그의 능력과 공적을 인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으로는 붓을 들어 시문을 짓고, 무로는 북쪽 변방에서 데몬과 싸우는 등, 그처럼 못 하는 것이 없고 모든 것에 정통한 만능 인재는 염국 백 년 역사에서도 나오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의 진룡이 병으로 위독하여 유언을 남길 때, 그는 태자보다도 앞선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였다. 그는 지금까지 혼인하지 않아 슬하에 자식이 없었고, 태자를 친자식처럼 가르쳐 왔다는 걸 진룡도 알고 있었다. 이는 어쩌면 진룡의 의심을 거두고 자신에게 찬탈의 야심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훗날 그가 죽고 나면, 황위는 다시 진룡의 혈통으로 돌아갈 테니까.

그리하여 진룡이 붕어한 뒤, 그는 제왕의 관을 머리에 썼다. 과거 그에게 붙었던 수많은 호칭은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사람들은 그를 '진룡'이라 부를 테니까. 그가 백조 밖의 새로 완공된 계원 정상에서 봉선 의식을 선포하는 순간, 온 염국이 그의 의지 아래 무릎 꿇고 복종하게 되리라.

이제, 그가 마음만 먹으면 염국을 아주 긴 시간 동안 서서히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이 거대한 기계를 비대하고 쓸모없게 만들 수도 있었고, 민간에 새로운 반란의 불씨를 던져 이 대지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주변국들은 그의 공범으로 이용될 것이며, 끊이지 않는 재앙은 그에게 있어 가장 완벽한 흉기가 되어줄 터였다. 그렇다,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염국은 불길에 휩싸여 소멸할 것이고, 쉐이는 복수를 완성하여 다시금 인류를 노예로 부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오직 진룡의 일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