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의 기이한 계원월간 분대 기록청산을 보았노라 1
월간 분대 기록 · 2026.02 월간 분대 · 1층 홍육루
청산을 보았노라 1
이 순간이 곧바로 종이 위에 내려앉았다.
근원으로부터 떨어져 나왔을 때, 이 의식의 조각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근원이 잠들기 전의 마지막 기억은, 대지를 뒤덮은 전쟁의 먼지와 자신의 몸을 꿰뚫은 인간들의 증오였다. 그리하여 이 능묘는 분쟁과 동떨어진 장소가 되었다. 그녀는 이곳에 숨어 있었고,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른 조각들은 이미 답을 얻었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대부분 그녀보다 먼저 이곳을 떠났지만, 그녀만은 이곳에서 혼돈의 나날을 고통스럽게 견뎠다. 그리고 그녀에게 응답하는 건 오직 침묵뿐…… 그리하여 그녀는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피가 더 이상 땅을 물들이지 않는가? 증오의 외침도 사라진 건가? 너무나도 긴 침묵 끝에, 그녀는 결국 탐구의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빛. 천지를 가득 채운 무서운 빛에, 어둠에 익숙해진 그녀는 눈을 뜰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왜냐하면, 눈부신 빛이 그녀의 두 눈을 불태우는 순간, 그녀는…… 색채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 걸음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눈이 점차 빛에 익숙해지자,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색채가 그녀의 두 눈에 밀려들었다. 그것은 어둠밖에 없는 능묘 안에서 본 흑백도, 기억 속 피로 물든 황사도 아니었다. 금빛은 태양이 가장자리에 두른 구름이었고, 붉은빛은 노을에 물든 가을 잎이었다. 능묘 밖의 세상은 이미 이렇게 변해 있었다.
산에는 단풍잎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서 보면 온통 붉게 물든 듯했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짙고 옅은 빛이 어우러져 있었다. 장난치는 인간 아이들이 가지를 흔들어 나뭇잎이 어지럽게 떨렸다. 석양이 그녀의 눈앞에서 천천히 저물고, 멀리서는 밥 짓는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주했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놀랐다. 무엇 때문인지, 가슴 깊은 곳이…… 따스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앞으로 나아가 더 뚜렷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갑자기 해가 저물고 밤이 다가오며, 세상의 생생한 색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급한 마음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눈앞의 풍경을 어둠 속에서 떼어내어, 저녁노을의 빛을 소매에 담고 싶었다. 그녀가 손을 휘젓자, 거센 바람이 불고 풀과 나무가 흔들렸지만, 산의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실망하며 손을 떨궜다. 지금의 그녀는 아직 너무나도 약해서, 그 빛을 담아낼 수 없었다.
석양이 산에 반쯤 삼켜졌을 때, 그녀는 다시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도 그처럼 자신의 색을 산과 강에 물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온 힘을 다해 다시 한번 손을 내뻗었다. 이번에는 뭔가 변화가 느껴졌다. 기쁜 마음에 눈을 떴지만, 곧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짙은 남색이 산등성이를 타고 번지며 붉은 단풍을 덮어버렸고, 눈앞의 풍경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하여 '쉐이'의 빛깔이 사라지고, 산과 강은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석양은 점점 더 깊이 가라앉았고, 마지막 노을빛도 곧 사라질 듯했다. 그녀는 멍하니 바라보며, 이 순간 가슴속에 남아 있는 따스함을 정말로 붙잡을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렇다, 그녀가 아쉬워하는 게 바로 이 따스한 감정이었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고, 그 열기가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 떠올렸다. 산과 들을 가득 채운 생명력, 벅찬 기쁨에 휩싸인 감정……
이 감정을 남길 방법이라면, 하나 있긴 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붓이 쥐어져 있었다.
마음이 붓의 끝에 닿고, 붓이 종이에 닿는 순간, 먹빛이 저절로 번져나갔다. 해는 산 너머로 저물었지만, 한 줄기 노을빛은 종이 위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