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의 기이한 계원월간 분대 기록일취금조 2
월간 분대 기록 · 2026.03 월간 분대 · 3층 청운정
일취금조 2
사람들은 뒷물결만이 앞길을 연다 하나, 앞물결 또한 바다를 향한 뜻을 지니고 있다.
수유정 옆, 당대의 현재들이 모여 시냇물을 끌어 굽이진 물길을 만들고, 그 위에 술잔을 띄우며 놀고 있었다. 술기운이 살짝 오르자, 그들은 시를 읊고 재주를 겨루며 한껏 즐기고 있었다. 이런 자리라면 으레껏 분위기에 맞춰 서로를 칭찬해 주기 마련이지만, 이런 것에 관심이 없던 한 시인은 홀로 오래된 나무 아래에 앉아, 곁에 술 항아리 몇 개를 놓고 술을 마시며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연거푸 마셨음에도 취한 기색을 보이지 않은 그녀의 흥은, 술 항아리가 바닥을 보이자 식어버렸다. 몸을 일으켜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이상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소리가 났던 곳에는 이리저리 질주하고 있던 진흙투성이인 거대한 생물이 있었는데, 시인들의 원고를 밟는가 하면, 그들이 놀고 있는 물길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했으며, 허약한 문인들을 들이받을 뻔하기도 했다. 이윽고 녀석은 지쳤는지 태연하게도 굽이진 물길 옆에 엎드렸다.
문인과 현재들은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레 다가가 살펴보았다. 그중 누군가는 이것이 버든비스트라는 것을 알아봤는데, 녀석의 몸에는 오랫동안 밧줄에 묶여 생긴 고삐 자국이 깊이 남아 있었으며, 눈에 띄게 흉측한 상처들도 여럿 있었다. 다만, 지금은 몸에 명패도 안장도 고삐도 없는 걸 보아, 주인은 없는 듯했다…… 그런데도 성질이 이토록 사납다니, 혹시 전장에서 퇴역한 전투용 버든비스트는 아닐까?
이렇게 거친 녀석이 우아한 모임을 덮친 것은 실로 흥을 깨는 일이었다. 그러나 시인들은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녀석의 내력을 추측하며, 이 사건으로 시를 지을 것을 제안했다. 그들은 종이를 펴고 먹을 갈며 영감을 얻기 위해 그 짐승을 자세히 살펴보려 했지만, 버든비스트가 벌떡 일어나 들이받을 자세를 취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그 사나운 기세에 놀랐는지 시인들은 순식간에 흥이 사라져 버렸고, 오직 나무 아래 홀로 앉아 있던 시인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녀는 버든비스트에게 말했다. “천 리 길을 뛰어온 것 같구나, 시냇물이 어찌 너의 갈증을 달랠 수 있겠느냐.” 말을 마친 그녀는 술 항아리를 열어 버든비스트에게 주었다. 녀석은 처음에 살짝 맛만 보더니, 이내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마구 들이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항아리의 절반을 비운 버든비스트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내디뎠고, 그 순간 주위에 갑자기 모래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인이 먼 곳을 바라보니, 하늘에는 먹구름이 모여들었고, 그 구름 속에는 번개가 번쩍이고 있었다. 그건 재앙 구름이었다!
다시 버든비스트를 바라보았을 때, 녀석의 등에는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녀석은 지친 기색도 성난 기색도 없이, 네 다리를 힘차게 뻗으며 사람들을 싣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떨어지는 오리지늄 결정을 피해, 흩날리는 오리지늄 분진을 뚫고, 마침내 재앙 지역을 벗어났다. 그러나 녀석은 여전히 달렸고, 등에 실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을 찾아 계속 달렸다.
“내가 너의 꿈속에 있는 거구나.” 시인이 중얼거렸다.
버든비스트는 달리고 또 달렸다. 앞에는 푸르름이 가득했으나, 발걸음은 느려지지 않았다. 이내 눈앞의 경치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아, 그렇구나. 이미 탈것을 발명했고, 대다수 사람도 안정된 거처를 찾았으니, 너도 더 이상 이렇게 떠돌 필요는 없겠구나. 하지만, 어떻게 해야 네가 걸음을 멈출 수 있을까?”
이윽고 눈앞이 환히 트이며, 바람과 모래가 사라졌고, 푸른 들판도 사라졌다. 시인과 버든비스트는 여전히 수유정 옆의 큰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순간, 버든비스트가 다시 일어섰다. 녀석은 시인도, 지나온 풍경도 돌아보지 않은 채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기세등등하게 달리던 녀석의 기세는 사납고 거침없었기에,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다. 이윽고 시인도 옴을 일으켜, 달려가는 버든비스트의 뒷모습을 벗 삼아, 꼬리 끝에 술을 묻혀 절벽에 미친 듯이 글을 써 내려갔다.
자고로 흥망은 계속되지만, 그저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리.
사람들은 뒷물결만이 앞길을 연다 하나, 앞물결 또한 바다를 향한 뜻을 지니고 있다.
시인은 마침내 취기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