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의 기이한 계원월간 분대 기록검을 보다 2
월간 분대 기록 · 2026.07 월간 분대 · 3층 청운정
검을 보다 2
범해
첸은 도솔레스의 '바다' 한가운데 갇혀버렸다.
처음에는 폭우가 쏟아지더니 이내 거센 바람이 불어닥쳤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도망쳤고, 첸도 임시 거처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집채 같은 파도가 도시를 덮쳤다. 바닷물이 거리로 쏟아져 들어와, 쓸어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삼키고 저 멀리 밀어버렸다. 첸은 날렵하게 파도를 피하며 어느 건물의 옥상으로 뛰어올랐다. 이것이 재앙이든 인재든 간에, 첸은 즉시 주위를 살피며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귓가에는 바람 소리와 물소리 외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이 도시에는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첸은 지난번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 좀도둑 녀석이 또다시 자신을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첸이 검을 뽑으며 고함쳤지만, 그 도둑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한 줄기 벼락을 내리꽂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목할 뿐이었다.
적소.
그러나 천둥소리가 울린 직후, 비바람이 순식간에 잦아들었고 동시에 첸은 한 청년의 목소리를 들었다.
“검을 뽑았군. 이렇게 간단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역시 그였다. 지난번 국수 노점의 그 관광객. 그는 적소를 노리고 온 게 분명했다.
“가지고 싶다면 수작을 부리지 말고, 당장 본모습을 드러내.”
바닷물이 서서히 응집되더니 세포와 같은 어떤 실체로 변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녀석은 머리에 테라리움을 뒤집어쓰고 있었고, 그 모습은 몹시 우스꽝스러웠다.
“수작 같은 건 부린 적 없어, 첸 경관.”
“바다, 성채, 그림자와 방들…… 그 모든 것들이 네가 직접 겪은 경험들 아닌가?”
“난 그저 그것들을 이용해 너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 틈에 적소를 얻을 기회를 노렸을 뿐이야.”
“진짜야, 첸 경관. 지금 적소를 넘겨준다면 당장 떠날게, 다시는 나와 만날 일은 없을 거야.”
거대한 생물이 리듬을 타듯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아까보다 훨씬 더 우스꽝스러웠다.
“다시 말해, 또 기회를 틈타 내 검을 훔치려 했다는 건가?”
“검을 훔치려는 게 아니야. 그 점은 나를 믿어도 좋아. 나는 단지 내가 적소를 칼집에서 뽑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려던 것뿐이었어. 보시다시피 나는 수집가거든. 적소가 천하의 명검이라 한들, 내가 뽑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한다면, 너무 아깝지 않겠어?”
“그렇다면 네가 했던 그 요상한 행동들이 검을 뽑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생물은 두 손을 으쓱해 보이더니, 첸에게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이 적소는 주인을 알아보는 검이라고 하잖아? 그러니 내가 네 마음을 두드려서, 네가 스스로 나한테 검을 넘기게 만들어야지.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나도 아니까, 어쩔 수 없이 이런 수법을 좀 쓴 거야. 그 점은 너그럽게 봐줬으면 해.”
“좋아, 그럼 이리 와봐.”
“어? 이렇게 바로 적소를 넘겨준다고?”
“물론. 하지만 이 꿈속에서 네게 준다고 한들, 검은 여전히 내 손에 있지 않을까? 어떻게 가져갈 셈이지?”
“아, 그건 아주 간단해.” 괴물은 잔뜩 신이 나서 옥상 난간으로 다가오더니, 촉수 하나를 쑥 내밀었다. “계약이 성립되기만 하면, 이행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촉수 끝에서 꿈틀거리는 발톱을 바라보며, 첸은 한숨을 내쉬고는 체념한 듯 적소를 칼집에 넣었다. “네놈도 한입으로 두말하지 않겠지? 앞으로 다신 날 귀찮게 하지 않는 거다.”
생물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새어 나오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 녀석도 이번에 이렇게 쉽게 성공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녀석은 무방비 상태로 첸이 허리띠를 풀고 검을 칼집째 풀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붉은빛이 번쩍이더니 검과 칼집이 분리되었다. 녀석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채 파악하기도 전에, 첸의 고압 물총에서 강력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물줄기는 칼집과 검신에 반사되어 궤적을 바꾸더니, 테라리움의 방어막을 우회하여 녀석의 핵을 정확히 꿰뚫어 버렸다.
……
“으아아악, 내 눈!”
어느 해변가,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던 한 청년이 갑자기 눈을 부여잡고 썬베드에서 굴러떨어졌다. 옆에서 몰래 그의 짐을 뒤지던 소매치기는 기겁하며 냅다 줄행랑을 쳤다.
한참 동안 눈을 문지르던 청년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시 썬베드에 누웠다.
“첸!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새 벌써 남을 속여먹는 법을 배웠네!”
“후우, 후우…… 하긴, 뭐 나쁘진 않네. 머리가 잘 돌아가야 검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
“적소를 최상의 상태로 갈고닦아 놓으면, 그때 반드시 다시 찾으러 가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