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카즈의 영겁 기담결말 기록허름한 방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디 엔드?
허름한 방
해금 조건: '프레몬트, 모든 생각의 해답'이 소환한 검은 관이 20회 이상인 상태에서 엔딩 클리어
엔딩 디 엔드?
방문을 밀어젖힌 순간, 틴맨은 한숨을 내쉬었다.
엎어진 스탠드. 볼륨을 최대로 올린 라디오. 공중을 떠다니는 감자튀김 봉투. 욕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물. 묶인 블라인드. 쓰러져 있는 TV. 카펫 위에 층층이 쌓여 탑을 이룬 책과 공책. 뒤집힌 찻상. 소파에 난 구멍. 그리고 구멍 속 감자튀김 부스러기.
틴맨은 문을 열기 전 이미 자신이 마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에도 무표정했다.
“넌 대체 어딜 돌아다닌 거냐?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게야?”, “내가 말한 요구르트는? 고수맛이겠지?”, “뭐 또 재밌는 거 없어?”, “심심해! 나가서 놀고 싶어!”, “이런 것도 음악이라고 틀어놓은 거야? 빨리 꺼버려!”……
“잠깐!” 틴맨은 가득 찬 종이봉투를 내려놓았다. “하나씩 말씀하시죠!”
“말도 안 돼, 이젠 요구르트를 사도 빨대도 안 주는 것이냐? 정말 말세로구나!” 이건 올드 켈리다.
“네 모자 좀 빌려줘, 낙하산 만들게!” 이건 리틀 모다.
소파 앞으로 걸어간 틴맨은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끝내 앉지 않았다. “적당히 하고 저기 빅 래리를 본받아서, 조용히 좀 계시지 않겠습니까?”
소파 위의 빅 래리가 공갈 꼭지를 빨며 눈을 부라리자, 이내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틴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내가 입에 물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는 건가?”
“레버넌트는 말을 할 때 입을 열 필요 없지!” 올드 켈리가 화난 듯 지팡이를 휘둘렀다. “컬럼비아에 온 지 고작 며칠인데, 말하는 법도 잊은 거냐? 정말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빅 래리의 중후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레버넌트는 고수맛 감자튀김을 먹지 않는다, 너는 적지 않게 먹었지만.”
“뭐라고?!”
“그러니까…… 올드 켈리 넌 멍청이라고! 이젠 고수맛 음식이라면 아주 지긋지긋해! 리틀 모, 너도 고수 싫어하잖아, 우리는 같은 편이야, 그렇지? 그러니 가서 올드 켈리의 목을 묶어버려!”
“문제없…… 잠깐, 올드 켈리는 도넛이잖아, 어디가 목이야?”
“그러면 구멍이라도 묶어버리던가!”
“으헉……!”
“바보야! 내가 구멍이랬지, 눈구멍 이랬냐!”
올가미가 공중에서 갑자기 방향을 바꿔 틴맨의 모자 쪽으로 날아왔다.
“어이쿠……” 틴맨이 손을 들어 올가미를 막았다. “망가진 가구들은 모두 배상해야 합니다. 제 지갑을 위해서…… 아니, 당신들의 감자튀김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습니까?”
“아깝다, 거의 다 됐는데!”
“간파당했나! 이 교활한 컬럼비아인!”
“낙하산 모자를 내놓으면, 지갑은 살려주마!”
방금까지 서로 싸우던 세 사람은 순식간에 같은 편이 됐다. 아니,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 셋은 각각……
하나는 핫도그, 하나는 도넛, 나머지 하나는 치즈버거였기 때문이다. 비록 전부 하나같이 틴맨처럼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교활한 컬럼비아인이라니…… 자기소개입니까?” 틴맨은 소파 팔걸이 위에 앉으며 말했다. “당신들의 신분증 발급은 끝났으니, 한 번 보…… 어라, 신분증은? 빅 래리, 또 제 물건을 훔쳐갔군요!”
빅 래리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컬럼비아 신분증 3개를 공중에 던졌다. “네가 덜렁대서 잃어버리는 것도 내 탓인가?”
“앞으로 주머니란 주머니는 모두 꿰매버려야겠군요. 그때 가서 과연 어떻게 꺼내는지 두고 보겠습니다.” 틴맨이 손을 흔들자, 세 신분증이 다시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이 신분증을 발급받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긴 합니까?”
올드 켈리가 손에 든 지팡이로 틴맨의 무릎을 세게 찔렀다. “그럼 이제 우리도 길에서 당당히 놀 수 있는 거야?”
“서두르지 마세요. 아직 당신들에 대한 안전 자격 검증이 진행 중이니까요.” 틴맨이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요 며칠간 제가 얼마나 많은 보증서와 설문지를 써냈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개척자 분장을 한 리틀 모가 실망하며 허공에 발길질을 했다. “하루 종일 이 낡은 방 안에 있으려니 답답해 죽겠다고! 버든비스트를 타고 싶고, 태양 아래에서 결투도 하고 싶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는 낡은 방이 아니라 특별히 보안 조치된 수용 기지입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물건은 모두 비싼 거고요. 대체 저 수도꼭지는 누가 안 잠근 겁니까? 어서 가서 잠그세요.” 틴맨은 쓰러진 TV를 힐끗 보더니 플러그를 뽑았다.
“그리고 개척자 영화랑 유치한 코미디 프로그램 좀 그만 보시고요…… 다들 수천 살 먹은 늙은이들 아닙니까.”
“넌 아니고?” 빅 래리가 바로 대꾸했다.
“거리는 저렇게 즐거운데……” 블라인드 틈새로 비집고 들어간 리틀 모가 밤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이 낡은 방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다니.”
“……카즈델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구나. 용광로 안은 적어도 스팀 파이프도 많고, 뜨거운 물도 계속 나오잖느냐!” 올드 켈리가 말하며 소파에서 뛰어내리자, 욕실 안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그쳤다.
틴맨은 손등으로 뻑뻑한 관절을 두드렸다.
“처음에 네가 컬럼비아는 정말 재밌는 곳이라고 우리한테 장담했잖느냐. 우리는 그래서 널 따라 나왔거늘!”
틴맨이 모자를 벗고는 자신에게 부채질했다.
“돌아가면 네가 거짓말쟁이라고 모두 말해줄 테다!”
“누구한테 말할 겁니까?” 틴맨은 모자를 빅 래리에게 씌웠다. 모자가 너무 커서 빅 래리는 파묻히지 않기 위해 두 손으로 모자챙을 받쳐야 했다.
“프레몬트? 위셔델? 아니면 그녀 어깨에 있는 사람에게요?”
틴맨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지금 카즈델은 새로 태어나고 있고, 오래된 건 모조리 녹여서 새로운 벽돌로 만들고 있죠. 당신들이 돌아가면 누가 상대라도 해줄 거 같습니까? 아니, 애초에 뭘 도울 수는 있고요?”
레버넌트들은 침묵에 빠졌다. 라디오의 경쾌한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누군가 혀를 찬 순간,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움켜쥔 것처럼 라디오가 순식간에 연기 나는 고철로 변했다.
“컬럼비아 수표 150.” 틴맨이 말했다. “당신들 용돈에서 삭감할 겁니다.”
빅 래리는 모자가 미끄러져 자신을 완전히 덮을 수 있게 손을 놓았다.
그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다시금 모자 안과 방 바깥의 차원 안에서 울려 퍼졌고, 조금의 걱정이 더해졌다.
“……낡은 방, 낡은 방……”
올드 켈리와 리틀 모도 리듬에 맞춰 외쳤다. “낡은 방! 낡은 방! 낡은 방 낡은 방 낡은 방!”
틴맨은 고개를 젓고는 쓰러진 TV를 일으켜 세웠다. 플러그를 꽂고 회전 손잡이를 돌려 TV를 켜자, 시끄러운 코미디 3인조의 목소리와 과장된 효과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챙이 들어 올려지며 생긴 틈이 천천히 TV 쪽으로 향했다. 틴맨은 모자를 집어 자신의 머리에 썼다.
“빅 래리, 올드 켈리, 그리고 리틀 모.” 틴맨은 화면에 나온 이름을 읽었다.
금속제 핫도그와 도넛, 그리고 치즈버거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가 그 용광로 위에 앉아 있을 때만 해도, 사실 당신들을 데리고 떠날 생각까진 없었습니다. 용광로 밖이라고 해봤자, 실은 또 다른 용광로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당신들과 햄버거, 감자튀김을 나눠 먹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보고 겪었던 그 아름다운 것들을 모두 당신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요.”
“일종의 보상이라 할까요? 아니, 애당초 저는 당신들에게 그 어떤 것도 빚진 적이 없으니, 그건 아니겠죠. 하지만 당신들에겐 분명 그걸 누릴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과거의 기억 같은 건 이미 깡그리 타버렸습니다. 그러니 이참에 깔끔하게 아무 일도 없던 걸로 치고, 예전과는 다르게 새롭게 살아보자는 거죠.”
“전 그때 그렇게 말하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용광로에서 뛰쳐나온 건 당신들뿐이었습니다.” 틴맨은 피식 웃었다. “당신들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알아들었어.” 빅 래리가 말을 마쳤을 때, 갑자기 TV에서 딩동거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오래된 신 컬럼비아인들은 황급히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면 속에선 세 명의 특성 있는 캐릭터가 엄숙한 재판장에서 갑자기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그중 한 명이 첼로를 활로 삼아 연주용 활을 서기의 입으로 발사했다.
“하하, 저건 올드 켈리 너잖아! 또 사고 쳤군!” 빅 래리가 굵은 목소리로 크게 웃었다.
“닥쳐라! 버르장머리 없긴! 나는 저렇게 멍청하지 않아!” 올드 켈리가 화가 나서 수염이 곤두섰다.
“네가 졌어! 돈 내놔!” 리틀 모가 올가미를 휘두르며 가차 없이 위협했다.
올드 켈리는 씩씩대며 중절모 아래에서 수표 한 다발을 꺼냈다. 그리고 몇 장을 세서 옆에 있는 두 레버넌트에게 주고는 마지막에 남은 걸 모두 틴맨에게 건넸다.
“라디오 값이다. 번거롭겠지만 남은 건 고수맛 감자튀김으로 바꿔다오…… 뭔 말하려는 건지 알고 있으니까, 그만 닥쳐! 빅 래리, 리틀 모, 너희는 고수와 금속이 접촉할 때 변하는 그 기묘한 맛을 모르겠지, 인생 손해 보는 거라고.”
틴맨이 웃으며 수표 다발을 받았다. “우선 맡아두겠습니다. 며칠 뒤에 가게에 데려다 줄 테니, 그때 직접 사세요.”
“너한테 맡기는 거라면 이자로 하루에 수표 반 장이다.” 올드 켈리가 고개를 돌려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래, 드디어 이자가 뭔지 알겠군. 내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TV에서 모두 배울 수 있으니.”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아직 제게 200 수표만큼의 방 청소비를 빚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빚에도 이자가 따른다는 걸 명심하세요.”
“낡은 방.” 빅 래리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빠르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