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카즈의 영겁 기담결말 기록신성한 도시 안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시티 오브 엔젤

신성한 도시 안

해금 조건: 관련 소장품 획득 필요

엔딩 시티 오브 엔젤

다른 모든 캐터필러에 의해 운반되는 것들과는 달리, 신성한 도시 카즈델의 거대한 정문인 순례문은 땅 위에 자리 잡은 건물이다.

순례문은 세워진 이후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조금도 움직인 적이 없는데, 멸망과 번영조차도 순례문을 흔들지 못했다. 문의 좌표와 주변 통신 호출 부호, 주요 정착지에서 문에 다다르는 노선 등은 만국 전달자에 의해 필사되고 암기되어 대지 곳곳에 퍼진 지 오래다. 문을 찾는 수많은 방문객 중 누군가는 계시를 찾기 위해, 누군가는 질서를 흠모해서, 누군가는 보다 나은 삶을 좇기 위해, 다른 누군가는 정세의 압박을 받아 찾아오기도 한다. 이 거대한 문은 그런 모두를 차별 없이 대우하며 받아주었고, 설령 재앙이 닥쳤을 때조차 닫힌 적이 없었다.

그런 순례문이 닫혀야만 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신성 경비 총기사에게 대대로 이어내려 온 임무이다.

이를 위해 순례문을 지키는 신성 경비 총기사는 매일 제한된 시간 내에 수십 킬로미터 반경의 외곽경계를 탐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며, 정오 전까지 순례문으로 돌아가 문 앞에서 승강기까지 이르는 구간을 42회 순회해야 한다. 또한 그들은 그 후에 야간 당직을 서며 신성한 도시의 경비를 이끌고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는 시간 동안, 신성한 도시에 들어가지 못하여 무결의 통로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식량과 다른 생필품을 나눠줘야 했다.

자동 장치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이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명의 총기사가 힘을 합쳐야 했다. 하지만 자동 장치가 많은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임무들을 맡는 지금, 총기사의 어깨에 얹힌 책임은 이전 그대로였지만, 부담은 크게 가벼워졌다. 더는 많은 사람이 함께 근무할 필요도, 문 앞에 상주할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문을 지키는 당대의 총기사는 불드록카스티 한 명뿐이며, 그 한 명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그냥 돌아온 거야?”

불드록카스티 한 명이면 충분했다. 이 점에 대해 총기사의 젊은 딸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음,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보다는 아스트레이를 더욱 따르더군. 전투를 명령했다면, 아마 사상자가 생겼을 거다.”

“사상자라니? 신성 경비 쪽 얘기야, 아니면 아스트레이 쪽 얘기야?”

“무슨 차이가 있겠나? 결국 우리 모두 동포인 것을.”

“아버지……”

옐레나는 한숨 쉬며 다른 곳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심술이 난 듯, 오고 가는 인파의 빈틈을 끈질기게 찾던 시선은 결국 무결의 통로의 깨끗한 흰 벽으로 향했다.

이 넓은 대로를 '통로'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양옆에 자리 잡은 거대하고 높은 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이곳에는 신성한 도시를 오고 가는 사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나란히 앉아있는 벤치, 자동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여행자에게 제공하는 분수대, 이동식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심지어 각종 디자인의 풍선과 동물 모양 디저트를 파는 사람까지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신성 경비 총기사의 허가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불드록카스티는 마치 햇볕을 쬐듯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조용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 무결의 통로에 진짜 햇빛은 없다. 내리쬐는 자연광은 처리 과정을 거쳐, 통로에 그 어떤 그림자도 생기지 않게끔 인공 광원에 의해 보강되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사고는 이미 익숙한 순례문에 얽힌 단편적 지식들 사이로 도피해 있었다. 비록 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선 그 수천 수백 배의 사고와 주의를 딸에게 쏟길 바라고 있다 하더라도.

그는 먼저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는 딸과 교감하기는커녕, 그의 난처함을 전달할 수단조차 없었다.

그는 티카즈고, 옐레나는 카우투스다. 그들 사이에는 혈연관계조차 없었다.

몇 분의 침묵이 흐르자, 불드록카스티는 참을 수 없었다.

“옐레……”

“아버……”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고, 동시에 서로에게 발언권을 양보했다. 결국 귀가 긴 아가씨가 겨우 그 기회를 잡았다.

“아버지, 사실 그로베지일이 옳다고 생각하는 거지?”

“……”

딸아이가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달리 직접적이다. 불드록카스티는 이 점이 뜻밖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상대의 의도를 포착해 냈다.

“하지만 그로베지일은 카즈델을 떠났어.”

“맞아.”

“아버지는 두 사람이 교감한 걸 내게 알려주려 하지 않았잖아.”

“아니, 알려줬다. 다만 네 오빠도 네가 무모하게 굴까 봐……”

“나는 카즈델을 떠나지 않을 거야.”

신성 경비 총기사는 딸아이의 결연한 태도에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런 대화의 흐름에 익숙했으니.

“나는 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거야. 나는 티카즈와 교감할 수 없고, 신성 경비 중 가장 신념이 확고한 신도보다도 동요하지 않는 데다, 아스트레이의 영향도 받지 않아.”

“제5청과 제7청 모두 내 능력을 보증한다는 건 아버지도 알고 있잖아. 아니, 무엇보다도, 날 직접 가르친 건 아버지잖아?”

딸은 띄엄띄엄 말을 마친 뒤, 한숨을 내쉬고는 보충할 말을 다시 열심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광석병 감염이 두렵지 않아. 나는 교황 기사단의 가족이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어.”

“어머니도 동의했어, 아버지만 허락한다면 문제없다고 했지.”

“가장 중요한 건, 카즈델에는 내가 이 자리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설 그 어떤 율법도 없다는 거야. 만약 내 신청이 통과된다면, 지금 교황님도 호응하실 테고……”

불드록카스티는 그동안 수없이 그래왔던 것처럼 딸이 열거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딸의 생각을 존중하는 척하며 마지막에 거절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매번 딸에게 설득당하려고 했었다. 매번 옐레나가 나열하는 이유는 갈수록 충분해지고 풍부해졌으며, 이번에는 헬렌까지 뜻을 굽혔으니.

만약 내가 옐레나였다면, 이 책임을 더욱 갈망했을 것이다. 자신이 이러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란 말인가.

그는 딸과 교감할 수 없었으니, 차선책으로 혼신을 다해 딸과 '교감'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도 오랜 생각과 고민 끝에 자신의 대답을 내놓았다. 물론 그 답이 딸에게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 적절한 시기가 되면 교황님께 의견을 여쭤보겠다. 그전까지는 소식을 기다려 줄 수 있겠지, 옐레나?”

“……아버진 매일 교황님을 뵙잖아.”

“그런 나라고 해도 쉽사리 내 의견을 말할 기회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었지. 절대 잊지 않겠다, 알겠지?”

“오늘도 만나는 거 맞지?”

“……그래, 최선을 다해 기회를 찾아보겠다, 약속하지.”

“언젠가.” 딸은 일부러 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말했다. “그전에, 아버지는 당직 때 날 보게 될 거야.”

“네가 신성 경비가 된다면, 내가 당직 때는 줄곧 너를 볼 수 있겠지, 옐레나. 가자, 승강기로 데려다 주마. 그러고 나서 교황님을 뵈러 가야겠다.”

그는 곧 카즈델 교황에게 보고할 내용을 선택해야겠지만, 불행히도 오늘 보고의 주요 내용은 옐레나의 바람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을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며 불드록카스티는 자신을 열심히 설득했다. 예전에 아들을 대했을 때처럼.

하지만 그때 그는 실패했다. 신성한 도시에 대한 판단은 그의 아들이 보다 정확했고, 심지어 그 자신의 상황에 대한 판단도 그의 딸이 정확했으니.

그래도 아들딸의 그런 정확함 중 일부는 아버지인 자신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율법 치하의 평화를 위해 복무하고 있지만, 과연 그가 율법의 지도에도 봉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만약 평화 자체가 위험에 빠진다면, 그는 누구를 지킬 것인가?

일부 티카즈는 예언 능력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불드록카스티는 스스로 그런 능력이 없다고 믿고 있으나, 변화가 멀지 않았음을 어렴풋이 예감했다.

옐레나는 신성 경비가 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