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카즈의 영겁 기담결말 기록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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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작

해금 조건: '불드록카스티, 신성 경비 총기사'의 권고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엔딩 클리어

엔딩 시티 오브 엔젤

유격대 일행이 얼음 위를 빠르게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오리지늄 아츠로 얼려 만든 이 얼음은 진짜 얼음보다 100배는 단단해서 신성 경비들이 얼음 아래에서 쏜 사격에도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

이 얼음은 옐레나의 걸작이었다. 얼음은 그녀의 의지를 따라 앞으로 뻗어나갔으며, 그 속도는 심지어 그들이 활주하는 것보다도 빨랐다.

켈시는 옐레나의 앞에서 진행 방향을 지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옐레나의 옆에는 정신을 차린 님프가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그녀들에게 다가간 자동 장치는 모두 빠르게 바스러져 공중에서 모래로 흩날렸다. 르무엔은 민첩하게 빙판을 뛰어다니며, 마치 지휘자처럼 길고 가는 수호총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총소리는 듣지 못했다. 르무엔의 총은 물론, 그 저격형 자동 장치의 총소리까지도.

“옐레나, 곧 있으면 목적지다.”

불드록카스티와 헤어진 후, 사람들은 죽 늘어서서 밀집해 있는 카즈델의 이동도시를 하루 종일 분주히 돌아다녔는데, 때로는 지하에서 잠행하기도, 때로는 아츠의 힘을 빌려 고층 건물 사이를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알았어.”

처음에는 옐레나가 길을 안내했으나, 일행이 도시 깊은 곳으로 갈수록 길을 더 잘 아는 켈시가 안내를 맡는 꼴이 되었다.

“전방에 부지로 둘러싸인 자연 지면이 있다. 승강기는 없지만 우리에겐 별 상관없겠지. 우리의 목표는 땅 밑에 있지만, 굳이 파낼 필요는 없다. 거기엔 통로가 있어. 티카즈가 옛날에 시도한 것이지.”

켈시는 옐레나를 돌아보았다.

“옐레나, 네 아버지는 네가 계속 우리를 따라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거다.”

“아버진 여기에 없잖아.”

“……알겠다, 그러면 추가 임무를 부탁하지. 님프를 잘 지켜보도록, 절대로 눈을 떼선 안 된다.”

“알았어.” 대답한 건 옐레나였고,

“어?” 의문을 품은 건 님프였다.

“우리가 방문할 곳은 이 대지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다.”

켈시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줄곧 카즈델 진입을 시도한 이유는 이 장소와도 관련이 있다. 무모하게 굴고 싶지 않은 건 지금도 여전해. 하지만 님프와 카즈델 사도좌의 만남은 너무나도 예상 밖의 결과였다. 그가 조잡하게 절단된 오리지늄 결정들을 도시 안으로 대량 운반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시간이 없게 돼버렸지.”

“우리가 뭘 찾아야 하지?”

“내가 모든 믿음을 주면서도, 방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

“님프, 너는 네가 지나온 곳과 겪은 일을 그에게 직접 말해야 한다. 그전까지 너는 사라져선 안 되고, 나도 네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기준점이 되는 자는 자신을 참고할 필요 없고, 결단의 평원에서 길을 잃지도 않지. 님프, 네가 나타난 게 설령 우리 삶이 헛수고라는 뜻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은 다르고, 나는 그 사람이 이곳에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우리가 여전히 몸부림쳐야 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 사람에게 구원을 빌어야 할 거야.”

“그로베지일, 너는…… 변하지 않았구나.”

“그 '변화'는 저로 하여금 한 티카즈 동포를 진심으로 해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변하지' 않습니다, 아버지. 하지만 저는 이미 바뀌었죠.”

불드록카스티는 아스트레이 캠프를 두 번째로 방문했을 당시, 그의 친아들인 마른 청년과 했던 짧은 대화를 떠올렸다.

지금 청년의 아버지는 한 티카즈 동포를 진심으로 해칠 각오가 되어있다.

눈앞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채 등을 돌리고 있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중년 티카즈를.

“교황 성하.”

“당신을 부르진 않았는데요, 불드록카스티 님.”

“부디 이성의 전당으로 돌아가, 가르침을 거두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당신이 당신의 위치로 돌아가셨으면 합니다. 지금 순례문은 분명 극도로 혼란스러울 겁니다.”

“불행히도 당신의 가르침이 그 혼란의 근원입니다.”

“……”

“……”

“그렇다면, 사도좌의 나머지 수호자는 어딨습니까?”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이토록 광기 어린 당신을 마주한 적 없으니까요. 그들이 깨어났을 때쯤에는,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겁니다.”

불드록카스티는 장창을 꽉 쥐었다. 이 순간을 위해, 그는 이미 자신의 수호총을 내려놓는 것을 선택했다.

“불드록카스티.”

“예.”

“당신은 '살카즈'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동포를 부정하는 것'? 아니면 '고향이…… 없는 것'? ……아니요, 저는 그 말을 잘 알지 못합니다.”

“카즈델의 사명이 무엇입니까?”

“전파와 접수, 그리고 수용입니다.”

“다른 자들과 비교해 티카즈에게 출중한 점이 있습니까?”

“……티카즈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저를 반대하는 건가요? 율법이 제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고난을 겪는 우리의 동포가 있다고 알려주었는데, 당신은 어째서 카즈델로 하여금 그걸 수수방관하게 하는 겁니까?”

“교황님의 말이 제 귀에는 흡사 잠꼬대처럼 들리는군요. 그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이 어디인지 저는 도통 잘 모르겠지만, 당신의 결정은 실제로 바깥에서 사는 사람을 해치고 있습니다!”

그는 장창을 휘둘렀고, 창은 사도좌 사이의 좁고 긴 창문 밖을 가리켰다.

“오리지늄은 반드시 해악을 부르게 되어 있습니다! 이건 당신이 직접 하신 말씀 아닙니까!”

“하지만 율법이 저를 바로 잡았습니다.”

“……”

“제가 데려와달라고 했지만, 당신이 조용히 데려가버린 그 방문객을 기억합니까?”

“바로 그녀가 율법의 염원을 전달했습니다.”

“처음 설계에서, 의사 결정에 대한 접근은 엄격하고 일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황의 말에서 기묘한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리지늄, 오리지늄만이 한계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평온하게 시작된 목소리에 점차 열정이 묻어 나왔다.

“카즈델이 '살카즈'를 수용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운명입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돌아섰고, 그의 얼굴에는 광기 어린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불드록카스티는 더 이상 듣지 않기로 했다.

“……아버지, 깨달음은 선택이어야 하지, 강요가 되어선 안 됩니다.”

육친의 말로써 생각을 씻어낸 후, 신성 경비 총기사의 창은 신성한 도시의 적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