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카즈의 영겁 기담결말 기록구원의 문에서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시티 오브 엔젤
구원의 문에서
해금 조건: 엔딩 '완벽한 하루'를 클리어한 상태에서 엔딩 클리어
엔딩 시티 오브 엔젤
신성한 도시 카즈델 아래.
자연의 지표면은 다수의 이동 섹터에 가려져 있었고, 태고의 굴착 설비는 복잡한 건축 구조에 뒤덮여 있었다. 마지막 이동 섹터도 축복을 받아, 신성한 도시 카즈델이 세워진 이후로 이 땅에 들어오는 방법을 기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바로 그 극소수 중 한 명인 켈시는 유격대를 이끌고 대형 비행 자동 장치를 따돌리며 하늘을 가린 장벽을 돌파했다. 이미 오래전에 잊혀진 발굴장에 도착한 그들은 지하 터널을 통해 땅속 깊숙이 들어갔다. 터널의 끝은 커다란 문이었고, 암벽에 조용히 박혀있는 그 문은 마치 장엄한 묘비 같았다. 수천수만 년 동안, 이곳에 방문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구원의 문에 도착했다.”
신성 경비 총기사가 장창을 들었다.
“불드록카스티, 이런 계시를 들었음에도……” 교황은 도취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카즈델의 운명이 이토록 명확함에도, 너는 여전히 이 어리석은 행동을 고집할 생각인가?”
“내 귀에 들린 건 계시가 아니라, 이 전당에 어울리지 않는 광기뿐이다!”
불드록카스티는 고함을 지르며 그 광신적인 훈계를 중단시켰다. 그는 자세를 바로잡고 순백의 전당 바닥에 굳건한 걸음을 내디디며 거대한 창을 앞으로 내밀었다. 장창이 공기를 가르며 교황의 가슴에 닿은 순간, 마치 암반에 부딪힌 듯한 귀를 찢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유격대를 뒤로하고 문을 더듬거리던 켈시는 이내 익숙한 문양을 발견했다. 무심코 장치를 만지려던 순간, 그녀는 무슨 소리를 들은 듯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
“왜 그래, 켈시?” 옐레나가 물었다.
켈시의 손가락이 문에 닿자, 먼지가 부스스 떨어지며 침묵을 지키던 묘비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직선으로 된 틈이 중간으로부터 갈라지며 희미한 붉은빛이 새어나와 켈시의 얼굴을 비추었다. 님프는 그녀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눈빛 속에서 디얄은 찰나의 걱정을 포착했다.
“우리의 약속을 잊지 마, 님프. 내가 이…… 관을 열면, 안에 있는 인물에게 너의 출신과 네가 겪은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결정이 변하지 않았다면, 그 인물은 분명 이 대지를 구하려 할 것이라 확신하지만…… 변화가 이미 생겨버렸으니……”
“아직 늦지 않았길 바란다.” 켈시는 끝까지 그녀의 걱정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문이 열리자, 켈시는 모두에게 들어가라고 눈짓했다.
카즈델 교황이 두 팔을 벌렸다. 원래라면 신성 경비 총기사의 무기가 손쉽게 그의 몸을 관통해야 했지만, 반석마저 부술 힘을 가진 그 불드록카스티는 지금 미동도 없이 멈춰있었다.
불드록카스티는 눈앞의 광경에 의아해했다. 오리지늄의 그림자가 카즈델의 성좌에 드리워졌고, 교황은 이미 완전히 변모해 있었다.
“오리지늄은 내게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불멸을 내려주었다. 너의 정지가 바로 내가 깨우침을 얻었다는 증명이다. 불드록카스티, 너는 지금 성스러운 기적을 목도한 것이다.”
“회개하라, 불드록카스티. 완전히 타락하기 전에, 대죄를 범하기 전에.”
성좌의 거대한 창문 밖으로부터 굉음이 들려왔다. 오리지늄이 카즈델 외곽의 섹터를 뒤덮기 시작했고 하중 구조는 완전히 붕괴했으며, 하늘로 치솟아 오른 불길은 오리지늄 결정 군집을 마치 대지에 꽂힌 창처럼 밝게 비추었다.
“타락해야 한다면 타락하고! 죄를 범해야 한다면 범하겠다!”
“그렇게라도 너의 광기를 끝낼 수만 있다면!”
마지막 신성 경비 총기사는 다시 한번 장창을 휘두르며 돌격했다.
방황하는 이들은 문을 통과했다. 경고를 알리는 붉은빛은 지하 시설을 뒤덮었고, 묘지와도 같은 정적이 외부의 혼란을 차단해 이곳은 마치 독립된 시공간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는 거대한 석관이 고독하게 서 있었다.
“아직 오리지늄이 이곳을 침식하지 않은 것 같네. 다행이다, 늦지 않았어.”
사람들이 다가가자 석관이 열렸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깨져버린 검은 알의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이건? 여기에 뭐가 들어 있었던 거지?”
“그런 거였군.” 켈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님프, 네가 온 것이, 네가 우리와 카즈델 교황, 불드록카스티와 만난 것이 이미 결정을 바꿔버렸다.”
장창이 마침내 교황의 가슴을 관통했다.
“아무래도 이미 타락한 것 같군, 불드록카스티.”
“아무래도 내가 너의 깨우침을 죽인 것 같군. 카즈델은 아직 완전히 타락하지 않았다.”
불드록카스티는 장창을 꽉 움켜졌다. 마치 그 거대한 무기가 꿰뚫은 것이 성좌에 앉아있는 교황이 아니라, 불드록카스티 자신인 것처럼.
그로베지일, 마침내 내가……
불드록카스티는 장창의 끝을 바라보았다. 교황의 가슴에 난 상처로부터 흘러나온 작은 결정들이 성좌 뒤편으로부터 장막처럼 퍼져 순식간에 순백의 전당을 뒤덮었다.
“안 돼……”
“왜 그래? 내, 내가 뭔가 잘못한 거야?” 님프는 갑자기 모든 운명이 자신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 모든 만남은 네 잘못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결정이 빗나갔기 때문이고, 구원은 벌써 도착했다.” 켈시가 말했다.
“아니…… 어째서!” 포효가 전당에 울려 퍼졌다.
“최후의 신성 경비 총기사, 불드록카스티.” 성좌 뒤의 오리지늄 장막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이미 수많은 결정 속에서 당신의 포효를 들었습니다.”
불드록카스티는 그 목소리의 출처를 찾고 있었지만, 어느새 따뜻한 손이 그의 이마에 살며시 놓여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그것은 검은 베일을 쓴 낯선 얼굴이었고, 머리 위에는 검은 왕관이 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허스키한 목소리가 전당에 울려 퍼졌다……
만신창이가 된, 성이 보인다.
대지에 만연한, 오리지늄이 보인다.
검은 왕관을 쓴, 천만의 백성을 추억으로 만드는, 네가 보인다.
모든 종족을 노예로 부리는, 마왕이 보인다.
“……아니야 ……아니야!”
“불드록카스티, 당신은 이미 깨우침을 죽였습니다. 불드록카스티, 당신은 이미 대죄를 범했습니다.”
“하지만 후회할 필요도, 고통받을 필요도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 제가 왔기 때문이고. 제가 모든 것을 용서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불드록카스티는 최후의 비명을 지르고 싶었으나, 그 분노마저 목구멍 깊은 곳에 응고된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 검은 왕관을 쓴 얼굴을 향해 큰 발톱을 뻗었지만, 그마저도 결국 허무하게 공중에서 멈춰버렸다.
구원은 이미 찾아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