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카즈의 영겁 기담결말 기록순야타, 혹은 공
결말 기록 · 결말 기록 · 카쉬냐나의 지혜
순야타, 혹은 공
해금 조건: 엔딩 '완벽한 하루'를 클리어한 상태에서 엔딩 클리어
엔딩 카쉬냐나의 지혜
각성자와 마왕이 만난 것은 로카다투의 마지막 집착자가 깨달음을 얻고 천백 년이 지난 후였다.
푸르게 우거진 식물은 여전히 카치디야의 비탈길 양쪽을 뒤덮고 있었으나, 한때 이곳에 붐볐던 관광객과 게송을 구하던 신도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다. 사원에 울려 퍼지던 승려들의 독경이나 토론 소리도 이제는 잠잠해져, 불을 들고 거리를 순찰하던 염화호법마저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먼 곳의 낙뢰마저도 그쳐, 눈앞에는 끝없는 오아시스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 가장 긴 토석 비탈길의 끝에는 맑고 고요한 연못이 있는데, 연못에는 백옥처럼 하얀 연꽃이 만개하였고,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 길게 뻗은 꽃술에서는 맑은 향기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연못 가장자리에는 무우수가 느긋하게 흔들거리고 있었으며, 황금빛 햇살이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를 비춰 하늘거리는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이토록 평온한 카치디야에서 오직 그 중후한 종소리만이 거대한 하얀 종루에서 주변을 향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평온함 가운데, 각성자와 마왕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곳 이외의 삼천대천 로카다투에서 마왕과 각성자가 서로 마주할 때, 먼저 입을 여는 것은 언제나 마왕이었다.
“'여시개공', 이게 대지의 구원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소녀가 두른 검은 베일과 남루한 흰옷은 주변 경치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여법청정, 이미 극락이니라.” 각성자 콜람은 마왕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은 살짝 감겨 있었고, 등 뒤의 푸른 불꽃은 눈부신 빛을 발하며 불타고 있었다.
“일체개공, 그렇게 되면 슬픔이 사라진다라……” 마왕은 낮은 소리로 읊조렸다. 검은 베일 아래에서 전해오는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흡사 폭풍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든 감정이 사라진다면, 그 이후엔 과연 극락이라는 것이 남아 있을까요?”
연못가 무우수의 가지 끝에 맺힌 이슬이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과 연못을 가득 채운 연꽃을, 그리고 카치디야의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무상의 법상은 아침 이슬에 지나지 않고, 찰나의 시간은 물거품에 불과하다.” 각성자 등 뒤의 푸른 불꽃은 여전히 눈부신 빛을 뿜으며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마왕의 질문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듯, 그의 미간에는 주름조차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대지, 그리고 이 도시도 그저 아침 이슬은 아니지.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흔적 또한 물거품 따위가 아니다.” 연못의 물에 파란이 일자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하얀 연꽃들도 파문을 따라 오르내렸다.
“만약 극락이 한순간에 불과하다면, 나는 내가 보고 있는 이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 이 대지에 남길 수 있다.”
마왕은 두 손으로 하얀 연꽃 하나를 들어 올렸다. 연꽃은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천천히 피어나며 향기를 계속 내뿜고 있었다. 마왕이 나지막이 속삭이자 연꽃의 모든 꽃잎은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서서히 오므라들며 다시 꽃봉오리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꽃봉오리를 가슴에 끌어안자, 검은 열매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천천히 떠오르며 연꽃과 남은 향기를 감쌌다.
“저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합니다, 카치디야의 마왕.”
“그렇군.” 그 순간, 각성자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그의 푸른 불꽃은 흔들렸고, 등 뒤의 광명마저도 빛을 잃어갔다. “아무래도 살카즈 영혼들은 이미 답을 얻은 모양이군.”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의 머리 위에 같은 검은 왕관이 떠올랐다.
“이 검은 왕관이 내게 준 업보는 단지 깨달음을 널리 알리는 것뿐이다. 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의 존망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만 하면 열반을 증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집착했고, 그래서 이 대지는 아직 해탈에 이르지 못하였다.”
“하지만 기묘한 인연이 그대를 이곳으로 이끌었으니, 그 영혼들은 이미 정해진 업을 짊어지고 있다는 반증이지. 영혼들의 말에서 태어나는 수많은 세계에 끝은 찾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나의 집착도 곧 공이 되는 것이다.”
각성자의 표정은 다시금 온화해졌고, 등 뒤의 푸른 불꽃도 다시 눈부신 광명을 발하기 시작했다. 검은 왕관은 여전히 그의 머리 위에 조용히 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 세상의 법을 다른 이에게 맡겨 가져가게 했다. 살카즈 영혼들이 자신의 힘으로 해탈에 이를 수 없더라도, 그들의 서술을 통해 반드시 깨달음을 얻는 날이 올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때가 되면, 그대 또한 모든 이야기의 구원을 찾을 필요가 없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 그대와 나의 업보가 드러났다고 해도, 이 세상의 인과는 이미 다 했으니…… 나로서는 더 이상 그대를 해탈로 이끌 수는 없구나.”
각성자의 말에는 뜻밖에도 마왕에 대한 미안함이 들어 있었다. 그는 마주앉은 마왕을 향해 가볍게 몸을 숙였다.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이미 이 대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어요. 하지만 구원의 사명은 다른 사람에게 짊어지게 할 순 없어요.”
“깨달음을 얻는 날이 언젠가 찾아올지도, 이 세상의 법이 모든 대지를 해탈로 이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날이 오기 전까지, 저는 구원의 방법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설령 수많은 대지를 돌아다녀야 한다 해도, 설령 더 많은 슬픔을 받아들여야 한다 해도……”
“저는 반드시 따뜻한 결말을 찾아내고 말 거예요.”
그리하여 각성자는 이 세상 밖의 삼천대천 로카다투에서 대화할 때처럼 자세를 바로잡고 앉았다. 두 눈은 감고 있었지만, 등 뒤에서는 여전히 푸른 불꽃이 눈부신 빛을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훌륭하구나.”
영원한 광명이 카치디야를 비추었다. 지금의 연못가 무우수 아래에는 오직 남루한 흰옷의 마왕만이 남아 있었다.
중후한 종소리가 다시금 거대한 종루에서 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변으로 울려 퍼지지 않았다.
로카다투의 모든 것은 이미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