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카즈의 영겁 기담월간 분대 기록아나사의 길 1
월간 분대 기록 · 2025.06 월간 분대 · 1층 영혼 융합의 시작
아나사의 길 1
나는 왜 대종루가 안 보이지?
나가라 카치디야가 세워질 무렵, 아나사들은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들의 두 손은 텅 비었고, 등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눈앞에는 끊임없는 재앙, 창궐하는 역병, 만연하는 기근밖에 없었다. 그들은 재앙에 둘러싸인 도시로 떠나, 그 대종루로부터 고난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구하기 위한 답을 얻으려 했다. 이에 지에윈도 육중한 배낭을 둘러매고 일족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일행은 산천을 건너, 골짜기를 넘어, 재앙을 지나갔다. 하지만 멀리 갈수록 지에윈은 자신의 배낭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배낭 속 물건들이 자신이 걸어온 길에 하나둘씩 떨어져 있었다. 물건을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지, 이 긴 여정을 버티지 못하고 배낭이 망가진 것 같았다. 지에윈은 가벼워진 배낭을 들어보고는, 일행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어째서 돌아가는 것이냐?”
“배낭 속의 물건이 떨어졌어.”
“떨어진 것들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
“응. 모두 소중한 물건들이니까.”
“아이야, 그러면 너는 더 이상 우릴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몰라.”
“내가 따라잡을 거야.”
그렇게 지에윈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녀는 길을 가다가 배낭에서 떨어진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그것은 여협객이 지에윈의 미간을 어루만지며 그녀에게 '지에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던 날, 황사와 바람이 어디선가 그녀의 손에 가져다준 꽃이었다. 그녀는 꽃을 주워담았지만, 배낭은 여전히 무겁지 않았다.
계속해서 왔던 길을 걸어가던 지에윈은 단검을 발견했다. 무공 고수에게 전력으로 일격을 날렸던 그날, 그녀는 더할 나위 없는 상쾌함을 느꼈다. 그녀는 단검을 주워담았지만, 배낭은 여전히 무겁지 않았다.
계속해서 걸어가던 지에윈은 깨진 도자기를 발견했다. 그것은 도검방에서 마지막으로 대련하고 술을 마실 때 썼던 그릇이었다. 그녀는 오리지늄 원석을 주웠다. 그것은 어느 육지 함선에서 받은 선물이었다. 그녀는 글자가 새겨진 나무껍질을 주웠다. 그것은 극지의 빙원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한 나무가 그녀에게 남긴 이정표였다……
얼마나 갔을까, 해와 달이 몇 번이나 바뀌고 자신의 배낭이 다시금 무거워지자, 지에윈은 비로소 잃어버린 모든 것을 전부 되찾았다. 일족과 합류하기 위해, 그녀는 다시 방향을 돌려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 나가라 카치디야로 향했다.
일족과 헤어졌던 곳으로 돌아와 보니, 무우수가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성지가 눈앞에 보였으나, 일족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길에는 일족들의 발자국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지에윈은 사람들이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대종루도,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무우수의 숲 속에서 다급히 일족을 찾았다. 같은 길을 걷는 살카즈에게 물어도 보고, 이미 대종루에 들어간 사람들을 외쳐도 보고, 길에서 일족에게 받은 가르침을 되새겨보기도 했지만, 대종루는 손에 닿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그저 침묵만으로 답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도 지에윈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파울비스트마냥 숲 속을 계속해서 헤맬 뿐, 대종루에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고, 답을 얻을 수도 없었다. 그 사이에 배낭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그녀는 마침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지에윈은 나무 아래에 주저앉았다.
모든 것을 짊어진 아나사 소녀는 대종루의 문을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