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카즈의 영겁 기담월간 분대 기록아나사의 길 3

월간 분대 기록 · 2025.06 월간 분대 · 5층 허와 실의 경계

아나사의 길 3

대종루에 들어가지 않아

숲을 배회하면서, 지에윈은 문득 어떻게 해야 자신이 눈앞의 대종루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방금 전의 시본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렸다고 확신했다. 진화를 통해 얻은 모습, 과거에 겪었던 일, 머무르고자 하는 집착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육중한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이 배낭이 정말 내게 중요한 걸까? 어째서 나는 이것을 버릴 수 없는 걸까?” 그녀는 곧 이해했다. “나는 이 배낭을 버릴 수 없어.”

“왜냐하면 이 배낭에 들어 있는 것들은 나와 모두를 연결해준 것들이기 때문이야. 이 꽃은 스승님이 이름을 지어주셨을 때의 것이고, 나는 내 이름이 좋아. 이 그릇은 주검방에서 술을 마시며 팔씨름하고 함께 노래를 불렀을 때의 것이고, 나는 그곳이 좋아. 이 단검은 그 무공 고수의 것이고, 그때 나는 그가 떠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어. 이 오리지늄은 그 함선에 있었을 때의 것이고, 그곳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어…… 그리고 이 여정 동안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어. 모두가 남기고 간 이 돌이나, 천이나, 꽃이나, 깃털을 버리고 싶지 않아.”

지에윈은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얼굴에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머리 뒤에 떠오른 흑륜은 빛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고, 사방에서 희미한 천둥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 알았어. 형태를 버리고, 생각을 버리고, 버려야 할 모든 것을 버리면 돼. 나 알았어. 내려놓을 줄 알면 일족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대종루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녀는 몸을 돌리고, 자신의 육중한 배낭을 멘 채 대종루를 등졌다.

“……답을 찾긴 했지만, 배낭을 내려놓고 싶진 않아. 이것들을 포기해야만 대종루에 들어갈 수 있는 거라면, 난 그냥 대종루에 들어가지 않을래.”

지에윈은 걷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초조함도 불안함도 없이, 그녀는 이제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대종루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둥……

거룩한 종의 울림 소리가 대종루 아래의 무우수 숲을 향해 퍼져 나갔지만, 아나사 소녀는 이미 멀리 떠났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육중한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등 뒤에서는 대종루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