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카즈의 영겁 기담월간 분대 기록굽이길의 종점 1

월간 분대 기록 · 2025.08 월간 분대 · 1층 영혼 융합의 시작

굽이길의 종점 1

상상력이 있어야 도달할 수 있는 시작점

수르트가 용광로에 천천히 다가가자 레버넌트들은 오랜만에 보는 먼 친척처럼 그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는 단 한 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어떠한 기억이 있는데, 이는 카즈델이라는 도시에서 온 기억이었다.

카즈델의 전쟁 병기 기술자 집안에서 태어난 소녀가 있었다.

수르트가 기억하는 건 다음과 같은 광경뿐이다. 얼굴에 멍이 든 소녀가 작은 침대에 앉아 밖에서 훔쳐온 얼마 안 되는 음식을 천천히 먹고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는 오래된 액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행복해 보이는 남녀가 찍힌 사진이 있었지만, 그 사진에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소녀는 작은 동물처럼 열심히 음식을 씹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입구와 창 밖을 번갈아 바라보며 혹여 나타날지도 모르는 약탈자를 경계했다. 그러나 그 액자에는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문밖은 바로 카즈델이었다.

“이곳에 늙어도 죽지 않는 놈들이 있다는데, 그들이라면 아마 내가 찾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겠지.” 수르트는 고개를 들어 레버넌트들을 향해 물었다.

“……”

“야, 아무도 없어?”

“너처럼 제멋대로인 젊은이는 정말 오랜만이로군. 이봐 아가씨, 그래도 우리가 조상인데 최소한의 존중은 표해야 하지 않겠니?”

“애초에 내가 이곳 출신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다, 너희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걸.”

“그렇다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네가 알고자 하는 걸 우리가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나?”

수르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너희 같은 늙은 뼉다구들이 몰라도 상관없어. 다른 데로 가버리면 그만이니까.”

“워워, 잠깐만, 고집쟁이 아가씨. 우리에겐 뼈가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너 같은 고집쟁이가 마음에 들 때가 있단다.”

“우리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겠니? 네가 겪은 일이나 네가 좋아하는 이야기, 아니면 꾸며낸 이야기라도 상관없어.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 줄지도 모르잖아?”

“난 그런 거 못해.”

“상상력, 상상력을 발휘해 봐.”

“그럼 내가 살카즈 국왕이 슈퍼 울트라 비행 몬스터 백 마리를 쓰러뜨린 이야기 해도 돼?”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