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분대 기록 · 2026.09 월간 분대 · 3층 血色空脉
식지 않은 것 2
수술 전 면담 한 번.
비공식 번역 (CN 서버 선행 텍스트)
"당신이 말한 그 원리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제가 가진 기억이 충분히 많아서 사람을 구하는 자원과 재료로 쓸 수 있다는 거군요." 소년은 로렌츠가 들려주는 이론을 끝까지 들었지만, 그 이론을 이해할 기초가 분명 없었다. 많은 사람이 그랬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죠." 로렌츠는 여전히 몇몇 용어를 고치기를 고집했다. "하지만 정확히는 당신의 기억이 아니라, 그 사람과 일들이 당신의…… '영혼'에 새긴 정보예요. 당신이 잊었더라도, 그것들이 당신 생명에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아요. 작년에 매일 무엇을 먹었는지 잊었다고 해서 그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이 바뀌지도, 그 때문에 굶어 죽지도 않는 것처럼요."
"어떻게 저를 찾아낸 겁니까? 눈에 띄는 이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소년은 로렌츠가 자신을 추적한 일이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테코마에 당신 데이터가 있어요." 로렌츠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육 년 전, 진정한 볼리바르인을 위해 일하며 환자로 위장해 테코마에 잠입해 정보를 얻을 때, 어느 건강 검진에서 입력된 거예요. 테코마의 검진은 바깥 병원들과 다르거든요. 결과를 보니 당신 몸의 정보량이 사냥개병 환자는커녕 경험 많은 노병과 비교해도 너무 방대했어요. 다른 사람이 발견했다면 아마 중점 실험 관찰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었을 거예요. 제가 그 데이터를 '정정'하고 원본 데이터를 제 개인 병례 자료실로 옮겼죠. 다만 그때는 당신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아쉬웠어요."
"그때 당신도 의사 중 한 명이었습니까?"
"정확히는, 그때 저는 이미 흑류 무기화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요구받았지만, 의사는 여전히 표면상 제 직책이었죠."
"제가 그때 내린 결론과 같군요. 테코마는 진정으로 사냥개병 의료 방역 마을로 전환된 게 아니라, 무기 개발이 더 은밀해졌을 뿐이었어요." 소년은 불쾌한 일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테코마에서 은밀히 개발하는 무기가 십몇 년 전 그 슈퍼 무기 프로젝트의 연장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컬럼비아인이 크고 작은 무기 개발을 십몇 개나 동시에 진행하고, 사냥개병까지 무기로 삼으려 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 무기들의 기본 원리가 어느 정도 통하기 때문이에요. 그중 몇 프로젝트는 부산물 같은 거죠. 우습고 잔인한 건, 사람들이 사냥개병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그것을 무기로 만들려 했다는 거예요. 당시 어느 환자가 우연히 미완성 무기를 가동해 끔찍한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아마 테코마에서 더 위험한 무기가 더 많이 태어났을 거예요. 그리고 대행군 기간에 그 소녀가 지키려던 사람들도 아마 더 위험한 다른 무기에 한꺼번에 소멸됐겠죠."
"그 소녀에게 마음을 많이 쓰시는군요."
"그녀는 제가 직접 개발한 무기에 죽었어요." 로렌츠가 쓴웃음을 지었다. "변명을 많이 할 생각은 없어요. 제가 만든 무기에 불완전한 제동 조치를 넣을 때, 그것이 가동되는 순간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 가도록 이미 정해진 거였죠. 그리고 그 생명의 소멸은 제가 자신을 보전하려다 초래한 결과가 됐어요. 정기 동물 실험에서 무기가 최소한의 살상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양심의 가책이라 할 만한 하찮은 행동 하나 때문에 사실상 침략자의 공범이었던 사람을 이해해 주는 건 너무 우스운 일이에요."
"그럼 그녀를 구할 수 있습니까?"
"최선을 다하겠지만, 약속할 수는 없어요. 생명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그 '영혼'에 새겨져 있어 바꿀 수 없거든요. 설령 어떤 형태로 그녀를 데려올 수 있더라도,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절대 없어요. 그래도 저를 도와주실 건가요?"
"남을 구하려고 자기 목숨을 희생한 평범한 사람을 돕고 싶다고 하셨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죠."
소년의 표정과 말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로렌츠를 잠시 멈칫하게 했다.
"위험이나 성공률 같은 건 묻지 않을 건가요?"
"당신이 이런 힘들고 보람 없는 일을 하는 게 단지 당신과 제 목숨을 걸기 위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말씀해 보셔도 좋습니다."
"후후, 너무 곤란하게 하진 않을게요. 치료 수단으로서, 우리는 그녀와 함께 긴 꿈을 몇 번 꿔야 해요. 그녀가 진정으로 꿈에서 깨어날 때가 바로 그녀가 자신을 되찾는 때예요. 하지만 모든 꿈의 종착점에는 반드시 그녀의 죽음이 따라요. 그것이 이미 그녀에게 일어난 결말이니까요. 그 결말을 넘어서야만 그녀는 죽음 이후의 여정에 오를 수 있어요. 우리는 어쩌면 그녀가 본래 그녀의 것이 아니어야 할 죽음을 어떻게 겪는지 거듭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 둘 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 치료 수단은 좀 잔인하군요. 어쩔 수 없는 죽음은 많이 봤지만, 끝내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런 일을 피할 방법이 정말 없습니까?"
"없어요. 심지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녀가 자아와 자신의 결말을 영원히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거죠. 그러면 우리는 그녀가 다시 자신을 끌어안기로 할 때까지 영원히 그녀의 꿈에 갇힐지도 몰라요. 그땐 다른 유쾌하지 않은 방법으로만 빠져나올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직접 그녀를 죽이는 것."
"저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소년의 눈빛에 한 가닥 위협이 서렸다.
"저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담담히 마주하는 방식으로 이 악몽을 끝낼 거라고 믿어요……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아주 용감하니까요."
"순조롭기를 바랍니다. 다만 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어떤 숭고한 신념이 사람들이 목숨을 대가로 치를 만한 것인지. 이해해 보려 노력하겠습니다."
"어쩌면 이해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