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키 & 카이룰라 아버월간 분대 기록등불을 든 자 2
월간 분대 기록 · 2023.07 월간 분대 · 3층 맹렬한 파도
등불을 든 자 2
사람들은 전쟁과 적을 자신이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만 이해하려 한다.
에기르인은 병사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대전을 앞두고, 재판소 사람들은 그들에게 인간 탈을 쓴 바다 괴물의 판별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시테러든 시본이든, 그들은 그저 인간의 걸음걸이만 모방할 뿐, 실제로는 촉수나 갑각으로 바닥을 문지르며 걷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넘어지거나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면, 그들의 정체가 바로 탄로 난다.
하지만 이것도 예전 이야기다. 바다 괴물들이 가장 뛰어난 게 바로 진화 아닌가. 보름 전, 한 전초기지가 근처 전장에서 보낸 구조 신호를 받고 구조팀을 보내 시테러 무리에서 패잔병들을 구해냈다. 그리고 그날 밤, 그 전초기지는 함락됐다. 그나마 튼튼하다고 할 수 있는 방어시설마저 내부로부터 공략당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시테러가 병사를 삼켜 그의 모습을 모방한 건지, 병사가 절망 속에서 스스로의 변화를 받아들인 건지 그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낯익은 얼굴이라도, 언제든지 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렇게 공포와 불신이 사람들 사이에서 만연했고, 각 방어선의 붕괴도 가속화되고 있었다.
연구자들이 말하길 시본의 생물적 특성에 따르면, 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음모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아마 인파 속에 섞인 '동족' 냄새를 맡았고, 급급히 동족의 곁에 다가와 그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해, 서로 교감하고 그들이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맞이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비난했다. 인류에게 있어 이건 전쟁이고, 전쟁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만 적을 이해한다.
“만약 이것도 함정이라면? 저 여자가 우릴 구하러 온 게 아니라, 나락으로 이끄는 거라면?” 병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의 두 눈은 심한 피로 때문에 충혈되어 있었다. “이대로 당할 수만 없어. 너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됐지만, 나는 달라. 나는 꼭 빅토리아에 돌아가야 해.”
그는 다시 무기를 집어 들고 앞에서 걷는 안내인에게 덤벼들었다.
암벽에 비친 그림자는 서로 뒤엉키면서 점점 변형되어, 길어지고, 팽창하고, 갈라지고, 그리고 터져버렸다. 짙푸른 액체가 벽에 튀었고, 일부는 에기르인의 얼굴에까지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