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키 & 카이룰라 아버월간 분대 기록허무 속에서 2

월간 분대 기록 · 2023.10 월간 분대 · 3층 맹렬한 파도

허무 속에서 2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일이 누군가의 의도로 수포가 되었을 때, 과연 계속 파헤쳐야 할까?

한 번 또 한 번의 무도회, 그러나 파트너들은 입을 다물고 침묵을 선택했다.

로렌티나는 싫증을 느꼈다. 이건 진정한 무도회라고 할 수 없다. 물속에서 녹아버린 잔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랫소리.

이는 놈들의 노랫소리다. 로렌티나는 그 우아함을 인정했지만, 그녀의 스텝을 따라올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 파트너마저 산산조각이 나자 녀석의 발광 기관도 점점 빛을 잃어갔고, 익숙한 어둠이 다시 찾아왔다. 바다의 밑바닥에서 파도를 느끼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녀는 확실히 바다의 무게를 느꼈다. 이게 과연 평온이란 말인가? 로렌티나는 곤혹스러웠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평온이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거나, 다른 노랫소리와 어울려야 하는 게 아닌가?

좀 더 따스하고, 좀 더 느긋한 것으로……

그건 어떠한 멜로디였을까? 로렌티나는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녀석들의 합창이 자꾸만 귀에 거슬렸고, 잔물결마저 짓눌려 버렸다. 오직 놈들만이 영원히 존재한다.

이때 아련한 그림자가 로렌티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평온……

그게 평온인가? 아니면 공포?

로렌티나는 몇 걸음 다가가더니 발끝을 바짝 세워 몸을 회전했다. 양팔은 유달리 가벼웠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다시 몸을 회전했다.

손에 뭔가를 쥐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 춤은, 과거 누군가와 함께 췄던 게 아니었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기억 속에 그 사람은 서툰 파트너였다. 그래도 눈앞의 녀석들보다는 훨씬 나았으니.

기억, 기억이 실타래처럼 엉켜버렸다. 로렌티나는 자신이 원하는 기억을 찾기 위해 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했다.

기억을 찾아낸다고 달라질 게 있나. 그녀는 기억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정해진 것은, 아직 오지 않은 것보다 더 혐오스러우니.

다음 곡을 출 시간이 온 것일까, 놈들의 노랫소리가 더욱 커졌다.

노랫소리에 따라잡히고 싶지 않은 로렌티나는 드레스를 정리했다. 그리고, 파트너들이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