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분대 기록 · 2023.11 월간 분대 · 1층 하늘빛 해안
수장 1
그 출발점에 맞서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들에 맞서라.
켈시의 키는 그녀보다 약간 작았다.
걸음걸이도 살짝 느렸고, 말투도 차가운 편이었다.
글래디아는 곁에서 그녀가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충고, 경고, 그리고 가르침. 그들은 비록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켈시가 보여준 모든 것은 그녀의 강함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강함'? 글래디아는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여러 가지 형태의 힘을 봐 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직설적인 것은 바로 자신의 등에 걸려 있는 창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에기르의 경치가 떠올랐고 바다를 가득 메울 정도의 함대가 떠올랐다. 전사들의 눈빛은 햇빛마저 뚫을 수 없는 심해를 불태웠고, 위대한 과학원에서는 지식의 울림이 전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녀는 불가피하게, 웃기지만 또 한편으론 서글프게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강함'.
글래디아는 이상한 연상을 멈췄지만, 그 모습은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켈시는 침묵하면서 글래디아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글래디아는 그런 켈시를 바라보면서 자조하듯 웃음을 지었다.
“계속하시죠, 선생님. 방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군.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나는 집중하지 않는 집정관과 아까의 화제를 이어 나갈 수 없어.” 켈시는 잠시 멈추더니 “시본의 기원에 관해서 말이야.”라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글래디아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아주 오래전에 어머니가 그녀에게 소위 '임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단 몇 마디 말로 지시했는지 떠올랐다. 그때, 과연 어머니는 글래디아의 눈치를 살폈던 걸까?
켈시의 의심을 떨쳐버리기 위해 글래디아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어머니에 대한 감정. 육지에서 살다 보니 그녀는 부득이하게 그 감정을 다시 돌이키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한 핏줄이 아닌 연결고리, 그중에는 더욱 복잡미묘한 색들이 담겨 있어 마치 바람 때문에 휘몰아치는 산홋빛 소용돌이 같았다.
무의식 속에서 글래디아는 그 소용돌이로부터 탈출한 지 이미 오래됐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녀도 지금까지 그런 가냘픈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으니. 동경? 추앙? 존경? 공포? 아니면 원망과 혐오?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녀가 진정으로 벗어났는지다. 그녀는 그저 물살을 거스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자신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단지 경치만 그녀의 눈앞을 스쳐 지날 뿐.
하아, 에기르.
성격, 태도, 또는 '인성', 그녀의 모든 것은 에기르가 만들어낸 것이다. 정확히는 그녀의 가정이 만들어낸 것이다. 불현듯 글래디아의 머릿속에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떠올랐다. 집정관으로서, 어비설 헌터스로서 그동안 대의를 위해 싸워왔지만, 그녀는 그 대의의 정확한 원점을 여태 찾지 못했던 것 같았다.
“집정관, 휴식이 필요한가?”
“글래디아,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켈시는 고개만 끄덕였고,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너는 동료를 찾고 있나 보네. 함께 나라를 구할 동료를.”
“맞습니다.”
“너에겐 새로운 동료가 필요해.”
“그렇습니다.”
“우리의 의견은 일치하지만, 네가 찾고 있는 게 그것만이 아닌 것 같군.”
글래디아는 놀라움을 가슴 깊이 눌러두었다. 그녀는 자기 생각을 잘 숨기는 편이다. 아무리 그녀가 가장 가혹한 태도로 그토록 미워하던…… 자기 자신…… 을 대할 때도 그녀는 얼굴에 자기 생각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켈시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으나, 글래디아는 의외로 그녀의 눈빛에서 자신을 외면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좋습니다, 선생님. 당신의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젠 제가 에기르의 현황을 말씀드리죠…… 그리고 총전쟁 설계사의 계획도.”
“켈시야.”
“그래요, 켈시.” 글래디아는 바다를 바라보며 “우선 한 어머니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죠.”라며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