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키 & 카이룰라 아버월간 분대 기록수장 3

월간 분대 기록 · 2023.11 월간 분대 · 5층 신성한 동굴

수장 3

자신에게 맞서고, 죽음을 찾아라.

몇 분 후, 글래디아는 한 가지 사실을 인지했다. 그녀는 이미 더 이상 헤엄칠 수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바다 밑에 앉아 피부에 스며드는 수압을 느끼고 있었다. 온기가 그녀의 피부를 살며시 스쳐 지났다.

그러던 그녀는 갑자기 고향의 그 도시가 떠올랐고, 어릴 때 처음 봤던 간호 로봇이 떠올랐으며, 기억 속 흐릿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이샤믈라의 목소리가 드디어 사라졌다. 기나긴 투쟁, 수백 수천 년 동안 에기르를 괴롭히던 난제와 전 테라 문명의 최대 위기가 그 위선적이고 가증스러운 신…… 동시에 자신의 가장 사랑스러운 동료이기도 했던 전우의 죽음과 함께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지금 이곳에 살아남은 건 오로지 집정관 한 명뿐이다.

마지막 순간, 울피아누스는 생존의 기회를 더 젊은 글래디아에게 남겨주기로 했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그는 집정관의 개인 정보를 확인할 사람도 아니고, 글래디아와 장유를 논한 적도 없었다. 기나긴 전쟁이 끝나는 이 순간, 여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글래디아는 진정 처음으로 긴장을 풀어볼 마음이 생겼다. 아…… 그녀는 아마 울피아누스를 이해하려고 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로렌티나, 스카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은 줄곧 에기르로서, 어비설 헌터스로서, 동포로서, 전우로서 서로를 대했으니.

하지만 그들의 냄새는 이미 사라졌고, 마지막 함대도 바다에 침몰했다.

글래디아는 웃었다. 그녀도 물론, 이 결말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기에.

끝없는 희생과 파멸이 있었지만, 노랫소리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위선적인 신은 하나가 아니었고, 멸망의 발걸음은 멈춘 적이 없었다.

울피아누스의 말이 맞았다. 스카디도 어쩌면 인간성이 흐려진 순간에 모든 사람에게 알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글래디아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했고, 전에 없었던 가치와 의미가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이 멸망이 확정된 게임에서 그녀는 자신이 석연해질 방법을 선택했다.

잠깐의 휴식 후, 그녀는 시테러의 살점을 뜯어내 피가 흐르는 상처를 간단하게나마 처리했다. 그녀의 몸은 이미 위매니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몸을 일으켜 이 칠흑 같은 바다 밑에서 자신을 위해 생물이 낼 수 있는 형광색의 불빛을 밝혔다. 그녀 주변 멀지 않은 곳에서, 수많은 시본들이 마치 성지순례 하는 승려처럼 기괴한 촉수를 거두고 묵묵히 글래디아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매니는 그녀의 귀순을 바랐고, 그녀가 저항하지 않기를 바랐으며, 그녀가 더 이상 무의미한 죽음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 또한 위매니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죽음이란 반드시 허무한 것만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그녀와 위매니의 차이다.

그녀는 이샤믈라가 잠든 곳을 바라보았고, 또 신이 깨어난 곳을 바라보았다. 글래디아는 알고 있다. 위매니는 동포의 물음에 반드시 대답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그녀는……

“얼마나 더 남았습니까?”

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