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키 & 카이룰라 아버월간 분대 기록유년기의 끝 1

월간 분대 기록 · 2024.01 월간 분대 · 1층 하늘빛 해안

유년기의 끝 1

더 이상 부식의 마음도, 녹지 않는 빙산도, 만연하는 가지도 없다.

더 이상 부식의 마음도, 녹지 않는 빙산도, 만연하는 가지도 없다.

완전히 폭주해버린 원초의 명맥은 이샤믈라와 미즈키가 싸우는 틈을 타 퍼스트본을 삼켜 버렸고, 그 이후 '존속'만이 유일한 진리가 되어 버렸다. 그것은 모든 생명을 일일이 자원으로 변환하며 포용과 관리를 충실하게 실행해 나갔다. 만물이 이토록 질서정연해졌던 적이 없다. 질서를 거스르는 모든 것들이 지워졌기 때문에. 바다는 순식간에 대지를 침범했고, 인류는 최후의 보루조차 건설하지 못한 채, 테라는 이미 시본의 이상향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 광활한 이상향의 한구석에, 한때 미즈키와 박사라고 불렸던 시본이 질서에 삼켜지는 것을 피해 동굴에 숨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계에서는 이름도 기억도 그리움도 모두 질서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미야와 켈시…… 로도스 아일랜드 동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인류에 또 다른 생존자가 있긴 할까? 이런 생각은 이미 사치가 되었고, 생각을 위해 영양과 자원을 배분할 권리가 주어지는 건 음식을 섭취할 때 정도뿐이었다.

'박사'는 미즈키가 방금 몸에서 잘라 낸 촉수를 말없이 뜯어 먹고 있었다. 처음에는 음식을 섭취하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오열하고 통곡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감정과 행위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박사는 결국 극복해냈다. 어쩌면 이 폐쇄된 환경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침묵과 무감각으로 인해 마음이 완전히 닫혀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미즈키는 '박사'를 위로할 수 없었다. 애초에 자기 살을 떼어 내 박사에게 먹이면서 살아남으라고 하는 게 얼마나 가혹한 행위인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박사의 죽음은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화초와 균류, 심지어 물마저 명맥의 일부로 개조된 지금, 이 세상에 그것이 만들어낸 질서를 상징하는 빛으로 반짝이지 않는 것은 없었다. 물론, 한때 동물이었던 바다 괴물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더 이상 정상적인 '음식'은 존재하지 않았고, 테라 전체가 빛나는 바다에 녹아 있었다. 미즈키는 남은 힘을 쥐어짜 자신이 섭취한 특수 조직을 단순한 영양분으로 바꾸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말하자면, 미즈키만이 유일하게 남은 '안전'한 음식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사가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미즈키의 예상 밖이었다. 극도의 굶주림으로 인한 생존 본능이 일시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능가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미즈키의 눈앞에서 죽으면, 미즈키가 죽음을 무릅쓰고 구해준 목숨이 헛수고가 될까 봐 두려워서일까? 아니, 이유 같은 건 이제 상관없다. 박사가 살아있기만 하다면……

하지만 과연 이런 날들에도 끝은 올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미즈키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바랐다. “다른 세상에서는…… 박사가 자신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결말에 빠지지 않기를.”